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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수구파의 생얼] 인도국민당, 종교공동체주의와 시장주의 (1) 2015/06/11 PM 02:21

선거운동 중의 나렌드라 모디. 그는 현재 인도의 총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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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이 글은 5월 인도 총선가 나오기 전에 작성한 글이다. 총선의 결과와 필자가 예측한 인도 정치의 흐름은 상당부분 일치한다. 총선 결과에 나타나는 득표율의 수치 이면에 깔린 인도 정치에서 종교공동체주의와 우파의 흐름이 형성된 배경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동시에 한국 정치를 분석할 때에도 시사점을 주는 글이다. 일독을 권한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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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인도에서는 아주 이질적으로 보이는 두 사건이 비슷한 시기에 일어났다. 하나는 인도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종교공동체주의적 폭력 사태이고 다른 하나는 인도 주식시장의 주가지수가 오랜만에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이 두 사건은 하나의 정치 세력 바로 BJP와 관련되어 있었다.

2013년 8월 27일 인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우따르 프라데시주의 무자파르나가르 지역(Muzaffarnagar district)에서 힌두교도들과 이슬람교도들 사이에 폭력적 충돌이 발생했다.

한 달 이상 악화되다가 9월 말에 군대가 투입되고서야 진정된 이 폭력사건의 결과 52명이 사망하고 93명이 부상되었고 1천명 이상이 체포되었다. 5만 명 이상이 거주지를 떠나 피난해야 했고 그 중 일부는 아직 난민캠프에 남아 있다.

인도사회의 오래된 종교공동체주의적 폭력사태의 하나이지만, 이 사건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다. 올해 4~5월에 치루어질 인도 총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현 집권당인 SP는 무자파르나가르 사태를 집권 정부의 실패에서 대중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이용했고 BJP는 종교공동체주의를 부추기는 데 사용했다.

우따르 프라데시의 전 집권당이었던 BSP의 총서기는 무자라프나가르 폭동이 현 집권당인 SP와 BJP의 음모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현지의 이슬람 교도들은 힌두 지도자들이 이슬람 교도들에 대한 공격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건은 처음에는 이슬람교도 청년과 힌두 청년들 사이의 살인사건으로 시작했지만 BSP, 회의당, BJP의 지역당들이 개입해 각각 집회를 열고 대중들을 선동하면서 대규모 폭력사태로 발전했다. 폭행, 살인에 집단 성폭행이 연이어 발생했다. 그러나 인도에서 흔히 그렇듯이 성폭행으로 체포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사건이 격화된 원인 중 하나는 BJP의 지역 간부인 Sangeet Som이라는 자가 힌두 청년이 무슬림 폭도들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것처럼 보이는 조작 영상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뜨리고 선동 연설을 했기 때문이다. 또한 BSP, BJP, RLP 등 UP주의 여러 정당들이 주정부 해산을 요구하며 이 사건을 정치적 문제로 확대시키려고 했다.

구자라트주의 주지사이자 BJP의 유력한 총리 후보인 모디는 구자라트에서 2명의 무슬림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측근 아미트 샤를 우따르를 프라데시의 BJP 책임자로 내려 보내 이슴람 교도들을 자극했다. 경찰이 Sangeet Som을 체포하자 이에 항의하는 힌두계 주민들의 시위가 대규모로 일어났다. 이 시위는 BJP와 지지자들이 SP 정부에 의해 표적 탄압을 받고 있다는 선동으로 더 격화되어 폭력적인 양상을 띄기도 했다.

BJP는 작년에 치러진 주의회 선거에서 북부, 중부의 네 개 주인 라자스탄Rajasthan, 마드야 프라데시Madhya Pradesh, 차티스가르Chhattisgarh 그리고 델리Delhi에서 회의당을 누르고 압승을 거두었다. 그 결과 이 네 개주의 전체 의석에서 BJP가 차지하는 비율이 50%에서 69%로 상승했다. 총선의 국회의원 수로 환산하면 30석 정도의 증가를 기대할 수 있는 수치라고 한다.

하지만 BJP가 주도하는 정치연합인 NDA 전체로 보면 세력이 약화되고 있고 NDA를 구성했던 군소 정당들도 여럿 이탈했다. 그래서 NDA가 2014년 총선에서 집권하기 위해서는 BJP가 200석 이상을 얻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BJP 최고지도부는 이번 총선에서 272석을 얻는 것이 목표라고 공언했다.

우따르 프라데시 주는 인도 국회(Lok Sabha)의석 수 545석(이 중 543석은 선거로 나머지 2석은 대통령 지명으로 뽑는다.) 가운데 가장 많은 80개의 의석을 가진 주로 마하라시트라주Maharashtra (48석). 비하르Bihar주(40석)와 함께 인도 총선의 승자를 가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BJP가 이 두 주에서 영향력 확대를 위해 전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1990년대 BJP의 전성기에는 힌두트바 물결이 최고조였지만 현재는 극단적인 종교공동체주의에 대한 거부감이 인도 전역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BJP는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들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인 힌두 보수주의를 완전히 벗어버리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고 부분적으로 종교공동체주의적 폭력을 선거에 악용하려는 시도 또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BJP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마드야 프라데시Madhya Pradesh, 구자라트Gujarat, 라자스탄Rajasthan, 차티스가르Chhattisgarh에서도 모디의 종교공동체주의에 의존한 강성 이미지는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동시에 반대층도 결집시킬 것이기 때문에 의석의 대다수를 석권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우따르 프라데시에서의 의석수 확대가 더욱 필요한 것이다.

우따르 프라데시에서 BJP는 무자파르나가르 사건으로 만들어진 종교공동체주의적 정서의 고양을 Ram 사원 건설운동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확산시켜 이번 총선에 이용하려 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네 개 주에서의 BJP 승리가 발표된 날 인도의 종합주가지수인 센섹스(SENSEX)는 1.57% 오른 2만1326.42를 기록했고 루피화 가치도 미 달러화 대비 0.5% 올라 작년 8월 이후 최고 수준을 회복했다.

작년 5월 이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가장 많이 받으리라 예상되는 5개 국가(Fragile5)의 하나로 지목되었고 다시 세 나라가 추가된 위험국가 명단 (Edge 8)에도 이름을 올린 인도의 금융시장은 몇 개월 동안 극심한 변동성을 지속해왔다.

그런데 이날 발표된 인도 4개 지역 지방의회 선거에서 BJP가 압승을 거두고 BJP로의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식과 환율 모두 급호조를 띤 것이다. 지난 번 집권 이래로 BJP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전면시행, 지지해왔다. 특히 금융자유화, 외자유치 확대, 경제 전반의 규제 축소와 시장화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던 것이 금융 시장의 호의적 반응으로 나타난 것이다.


BJP가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는 구자라트주의 주지사인 나렌드라 모디다. 그의 정치적 이력은 BJP의 노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2002년 구자라트 학살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힌두보수주의 세력으로부터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점에서는 모디의 정치적 스승이라 할 수 있는 BJP의 원로 아드바니(L. K. Advani)와 닮았다. 사실 아드바니야 말로 BJP의 전신인 BJS(Bharatiya Jana Sangh)을 설립했고 종교공동체주의의 정치세력화를 시작한 무케르지(Shyama Prasad Mookerjee)의 계승자라고 할 수 있다. 무케르지는 국민회의의 일원이었고 독립 후 네루 정권에서 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그러나 파키스탄에 대한 강경 입장과 힌두중심주의적 성향으로 인해 파키스탄과 관계 개선을 시도하던 네루와 결별해 BJS를 설립했다. 그는 네루의 세속주의에 반대해 종교공동체주의적 경향의 정치화를 시도한 동시에 네루식 계획경제를 자유시장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JP의 정치적 세력이 급성하는데는 두 번의 계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 두 번 모두가 격렬한 종교공동체주의적 폭력 사태였다. 1980년대에서 90년대까지 아드바니는 힌두교도들의 순례행사인 Rath Yatra를 이끌었다. 이 행사는 유사 고고학적 근거를 가지고 무굴제국의 유적인 이슬람교 성지가 원래는 힌두교의 성지였다고 주장해서 이슬람교와 힌두교 간의 갈등을 고조시켰다.

결국 종교간 갈등은 1992년 아요디야 사건으로 폭발했다.(아요디야 사건에 대해서는 이 연재의 13회를 참조) 아드바니는 종교공동체주의를 BJP에 대한 정치적 지지로 연결시키는 전략을 자리잡게 만들었다.

BJP는 아요디야 사건을 이용해 급성장해서 1996년 총선에서는 다수당이 되었고 1999년에는 정식으로 집권당이 되어 5년 임기를 채웠다. 1990년 이후의 수많은 종교공동체주의적 폭력의 배후에는 아드바니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의 강성 이미지는 인도 전체를 대표하는 수상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1998년 BJP의 집권 때에 바즈파이(A. B. Vajpayee)에게 수상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두 번째 계기는 구자라뜨 사태다. 2002년 구자라뜨 주에서 성지순례를 다녀오던 힌두교도들이 탄 열차에 화재가 발생해 수십명이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슬람교도들이 계획적으로 일으킨 사건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힌두교도들이 이슬람 교도들을 공격해 천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구자라뜨 주 정부는 오히려 사태의 악화를 조장해 선거에 이용하려했다. 이 때의 주지사가 바로 모디다.(구자라뜨의 학살 사태에 대해서는 이 연재의 14회를 참조) 모디는 종교공동체주의라는 보수적 이데올로기로 지지를 얻는다는 점에서는 아드바니와 마찬가지지만 구자라뜨 주에서의 신자유주의적 경제 개혁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어낸 인물이라는 현대적 이미지를 덧씌우는데 성공했다.

그래서 각종 경제지표들은 BJP의 집권 가능성에 따라 크게 영향 받고 있다. BJP의 집권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경제 기관들의 보고서가 나오면 주가는 급상승을 한다. 골드만삭스가 작년 11월에 내놓은 보고서는 “투자자들은 BJP를 기업 친화적으로 여긴다. 그리고 수상 후보인 모디를 변화를 주도할 이로 본다.”고 밝히고 있다.

BJP가 모디를 수상 후보라고 발표한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 센섹스(Sensex) 지수는 8% 올랐다. 작년 9월 이후 48,000억 루피의 해외투자가 이루어졌는데 금융기관들에서는 외국투자자들이 모디가 수상이 되면 경제적 개혁 조치를 대담하게 시행할 것이라 기대를 가지고 투자한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모디의 이런 이미지에 대해서는 구자라뜨주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증가한 점, 모디 집권 기간 동안의 구자라뜨의 경제성장이 다른 여러 주들보다 결코 높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정치에서 이미지는 팩트보다 강한 힘을 가지기도 하지 않는가?

BJP는 힌두 전통의 순수성을 지켜야 한다고 폭력을 불사하며 주장하며 대중을 선동하는 폐쇄적이고 복고적인 정치세력이다. 하지만 BJP의 전통적 지지기반의 다른 한 축은 이 당의 경제정책의 직접적 수혜자인 대자본가들과 도시의 중산층들이다.

이런 사실은 얼핏 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보일 수도 있다. 바즈파이 정권 동안의 노골적인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수혜를 받아 성장한 자본가, 중산층 집단은 여전히 BJP를 지지하고 있다. (경제개혁으로 인한 인도 자본가 집단의 급성장에 대해서는 이 연재의 10, 11회인 인도재벌 편을 참조)

이들은 1, 2기 UPA 정권이 시행한 경제민주화적 정책들(이에 대해서는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다)을 BJP의 재집권으로 무력화시키기를 원하고 있다.

농촌의 가난한 농민들을 동원하는 종교공동체주의의 복고적, 국수주의적 구호와 현대적 대도시의 자본가, 중산층이 제기하는 신자유주의적이고 노골적인 경제적 이익에 대한 요구는 어울리기 힘든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둘 모두가 BJP의 정치적 힘의 원천이다.

따라서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는 이 두 지향은 근본에서는 같은 것이어야 한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BJP는 자본가, 중산층에게는 실질적이고 경제적인 이익을 줌으로써 그들의 지지를 유지한다. 반면 가난한 힌두 농민들에게는 종교적 편향성, 적대적 감정의 폭발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이것이 가상에 불과한 것임은 너무나 명백하다. 즉 종교공동체주의의 심화는 인도의 가난한 농민들의 삶에 어떤 실질적 향상도 가져다주지 않는다.

결국 BJP의 정치 노선은 자본가와 도시 중산층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가난한 힌두 교도들을 기만적으로 동원하는 노선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아요디야, 구자라뜨 사건에서 달리뜨들이 앞장서서 물리적 폭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지배계급이 만들어놓은 비참한 현실에 대한 불만을 가난한 피지배 민중들끼리의 증오와 폭력으로 분출하도록 부추기는 정치는 계급사회에서 항상 있어온 것이다. 증오와 폭력과 기만의 계급정치의 가장 날것인 형태를 2014년 인도 총선에서도 목격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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