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조우융캉-쟝쩌민(위에서 시계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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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4년 8월 1일에 쓰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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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어느 지역에서는 연일 37~8도를 넘는 무더위가 계속되고, 또 다른 지역에서는 물난리가 계속되고 있다. 중국 이야기다.
난데없는 날씨 이야기가 아니라 중국이란 나라가 면적이나 인구뿐만 아니라 정말 크고 다양해서 내가 읽은 책, 내가 읽은 신문기사 그리고 내가 들은 이야기만으로는 정말 판단하기 어렵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리기 위해서이다
지난 7월 29일,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중국 관련 최대의 관심사가 되어버린 전임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당 정법위원회 서기였던 조우용캉의 사법처리에 관한 내용이다.
우연히 중국을 방문하던 중 저녁뉴스를 보다가 그와 관련된 보도를 접할 수 있었다. 개혁개방 초기에 실각한 후야오방과 짜오즈양 이후 최고위층의 실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조우용캉에 대한 사법처리는 중국정치에서 상당히 중요하고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선 조우용캉 사건의 공식화는 후진타오 전 총서기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린 중국 정부의 반부패 투쟁이 중요한 한 고비를 넘겼음을 의미한다.
특히 정치국 상무위원은 경제문제로는 형사 처벌을 하지 않는다는 당의 내규와 묵계를 깨뜨리면서까지 진행된 사안이어서, 이미 적지 않은 고위 관료들이 부정부패 문제로 낙마했지만 그와는 차원이 다른 최고위급 정치국 상무위원을 형사 처벌함으로써 다른 고위 공직자들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고 출범 3년째를 맞는 시진평의 권위를 확립하면서 한편으로는 일반 대중들의 당과 정부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는 데 일조할 것이다.
특히 당-정-군의 고위 공직자들에게는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금까지 적지 않은 고위 공직자가 낙마했지만, 대다수는 현직보다 전직, 당-정-군보다는 상대적으로 권한이 약한 각급인민대표대회(전인대) 또는 정치협상회의(정협) 간부들이 주요 낙마 대상이었고, 이 때문에 깃털만 건드리고 몸통은 건드리지 못한다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얼마 전 전임 당 중앙군사위 부주석 쉬차이호우에 이어 조우용캉까지 사법 처리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다시 한 번 반부정부패 투쟁의 의지를 확고하게 보여주었다.
다음으로는 권력구조 개편에 관한 문제이다. 이미 전에도 몇 차례 언급했지만 조우용캉의 전횡으로 그가 담당했던 당 정법위는 권한이 대폭 축소되었고 각 지역의 정법위 책임자들도 핵심 권력에서 배제되었다.
이와 동시에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분야별로 분점하던 권력구조가 통치의 효율성과 통일성을 위해 시지핑 총서기 1인에게로 좀 더 집중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진핑 집권 이후 2년 동안 시진핑 총서기는 당과 정부에서 10개의 핵심적인 기구의 최종 책임자에 임명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머지 6인의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꼭두각시가 되거나 시진핑이 마오쩌뚱처럼 절대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지만, 어쨌든 조우용캉의 권력남용으로 촉발된 중국의 권력구조 개편은 결과에 따라서는 향후 중국 정치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국공산당 권력의 최종 향방이다. 조우용캉은 중국공산당 내부에 여전히 적지 않은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쟝쩌민 전 총서기의 외척이고 그에 의해 권력의 핵심에 진입했다. 따라서 조우용캉에 대한 사법처리는 최악의 상황에 따라서는 쟝쩌민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당의 분열을 막기 위해 쟝쩌민 세력과의 협상에 의해 적절한 수준에서 타협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
문제는 조우용캉 문제가 형식상으로는 부정부패와 관련된 경제문제이지만, 실제로는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와 연계된 최고권력자인 시진핑을 대상으로 한 권력투쟁이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당의 집단결정에 불복하고 당의 분열을 기도한 사안에 대해 얼마나 집단적으로 그리고 통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인가 관건인데, 문제는 조우용캉 개인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쟝쩌민과 그 세력이다. 전면전은 당을 뒤흔들 수 있고 적당한 처벌은 순식간에 시진핑의 권력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간의 협상과 타협을 지켜보는 것도 중국정치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단 중국정치에서 법치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 가능한데, 하나는 말 그대로 법에 의한 통치나 처리를 뜻하고, 다른 하나는 같은 의미이기는 하지만 권력투쟁 과정에서 당의 내규 등에 의거해 처벌하지 말고 헌법이 규정한 법률에 의해 처리하라는 의미로 상대방에게 압박을 가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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