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요리를 자주 해먹진 않아도 아주 안 만드는 것도 아닌데
제가 만드는 요리 혹은 반찬의 경우 딱 두 가지로 나눠집니다.
1. 향후 독거노인 생활을 대비한 훈련의 일환
2. 호기심을 해소하기 위해서
어제 만든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는 명백히 2번에 속하는 경우지요.
발단은 친구한테 최근 선물로 준 치즈도감이란 책을 얼핏 보다
무려 ‘이탈리아 치즈의 왕’ 이라는 거창한 별명을 갖고 있는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란 치즈를 보게 된 것이겠네요.
식재료에 왕 이란 이름을 붙이니까 왠지 인상 깊어서요.
그땐 그냥 아 좀 특이하네? 하고 페이지를 넘겼었는데 얼마전에
외근 중 시간이 남아서 현대백화점 식품관이나 구경하고 있으니
마침 이 치즈를 상당히 저렴하게 할인하길래 사버렸어요.
이게 바로 ‘The King of Italian Cheese’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파르마 지방의 치즈 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데 엄격한 품질관리와
제조 공정을 거쳐야 하고 원산지에서 나온 것만 인정 된다네요.
피자 먹을 때 딸려오는 파마산 치즈는 사실 이 치즈를 흉내낸 것.
세일해서 150g에 5,900\ 인데 보통은 이것보단 많이 비싸답니다.
근데 하드타입이라 이빨도 안들어갈만큼 딱딱한 이 치즈로
뭘 만들어먹을까 좀 찾아보니 본토식 오리지널 까르보나라가
그나마 똥손이 만들기 쉬워보여서 손대봤습니다.
재료 :
스파게티 면 1인분(500원 동전만큼의 굵기)
강판에 간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3 스푼+@
계란 노른자 2개
베이컨 적당히(이탈리안 가공육인 관찰레 대신 사용)
마늘 다섯알
통후추 & 바질, 올리브 오일, 소금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는 강판에 간 뒤
계란 노른자에 풀어서 잘 섞어놓기.
스파게티는 소금 몇 꼬집 정도 넣은 끓는 물에 6~7분만
삶아 면 중심의 심지가 살아있도록 해서 건져놓기.
마늘은 편썰기를 하거나 적당히 다진 상태로 올리브 오일에
볶다가 중간에 중간에 간 후추와 썰어둔 베이컨을 투입.
베이컨이 살짝 노릇해질 때 삶아둔 면까지 투입.
이후 면까지 어느 정도 잘 볶아졌으면 불을 약하게 줄이고
미리 만들어둔 계란 노른자에 풀어둔 치즈를 잘 비벼서
면과 고루 섞이도록 면수를 더해가며 마저 볶아내고선
접시에 담은 뒤 파슬리 등을 뿌려주면 대충 완성.
전 일반적인 레시피 기준보다 조금 더 치즈를 투입했고
완성 후 접시에 담고나서 다시 치즈를 더 뿌리고서
파슬리 대신 바질을 조금 더했네요.
완성!!
맛본 소감은…먼저 오리지널 까르보나라 시식평에서 봤듯이
식감이 다소 텁텁한 편이고 한국의 일반적인 까르보나라와
달리 달달하고 크리미한 맛은 없네요. 전혀 없어요.
대신 계란 노른자 특유의 부드러운 맛에다 후추 향이 나고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의 살짝 꼬리한 감칠맛이 강하게 납니다.
애당초 치즈를 많이 때려박았는데 치즈 맛이 안나면 억울하겠죠.
그리고 마늘기름과 베이컨도 잘 매치가 되는게 썩 괜찮았습니다.
굳이 어레인지를 해본다면 페페론치노에 마늘을 더 넣고 싶네요.
계란 노른자+치즈로 간을 하는지라 좀 뻑뻑텁텁 할 수 있으니
같이 마실 음료로 클라우스탈러 논알콜 맥주 한 캔을 곁들이기.
기왕이면 이탈리아 음식을 먹는 만큼 독일제 대신 현지 맥주를
마신다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으나 전 애당초 논알콜 맥주 말고
다른 술을 마셔본 적이 아예 없는 술알못이라 잘만 먹었습니다.
그리고 남은 설거지 거리들. 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