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14일. 아마도 주말, 그것도 낮에, 타의에 의해 만난 흰둥이는 2015년 12월 21일 저녁에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야근하고 집에 와서 흰둥이 밥그릇 씻어서 밥줄 준비하고 흰둥이를 찾아보니 이불속에서 굳어있었습니다.
몸은 따뜻한데 딱딱한.
흰둥이라고 이름을 지어준 당시 여자친구와도 만난지 5년여 만에 헤어졌기때문에 이후 홀로 자취를하면서도 같이 지낸 흰둥이는 7년여라는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있어준 최고의 친구였어요.
페릿은 나이들면 잔병치레가 많다, 병원가서 수술하는 일도 흔할 것이다 하였지만 뭐 잘못먹거나 하는거 말고는 정말 탈없고 온순하기 짝이 없어 물지도, 울지도 않고 완전무결한 생명체로서 함께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올 2월에 림프종 판정을 받았고...치료를 추천하지 않기에 항암치료를 포기한 채 매일매일 진통제 먹어가면서 지내다 딴곳으로 전이돼 악화까지 되고 하면서도 10개월을 넘게 버텼네요. 의사 선생님은 치료를 해도 길면 8개월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만은.
자기 떠나면 나 혼자 되니까? 아파서 숨도 못쉴 정도로 발작하고 그랬으면서 10개월을 같이 지내줬는데...그래서 연말도 함께, 연초도 함께 지낼 수 있겠거니 싶었습니다. 그전까진 늘 앓을 때마다 곧 죽을 것 같고 그랬는데 마음이 좀 풀어져서 그랬는지 회사 다녀오니 이미.
인사도 못하게 그냥 그렇게 가버렸네요. 좀 늦잠을 자서 아침 먹는거 다 보지도 못하고 그냥 나왔는데 진짜...그게 마지막이었다니.
가는 날에도 착하게 밥 준거 다 먹어놓고, 두어발짝 걸으면 쓰러지는 몸인 주제에 자기 키만한 턱이 있는 화장실까지 가서 볼일을 봐주고. 처음 만났을 때부터 가는 순간까지 천사가 따로 없습니다.
너무 고맙고 기특하고 뭐라 칭찬과 감사의 말을 전해야 좋을지.
장례업체를 알아보는 중인데 말이 안 나와 전화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어서 그냥 알아만 보고 있는 중입니다.
내일 회사에다가도 하루 쉰다고 얘기를 해야 될텐데.
미안해 흰둥아. 잘 해주지 못해서.
축하해 흰둥아. 이제 아프지 않게 돼서.
안녕 흰둥아. 나랑 살아줘서 고마워.
흰둥이 때문에 만들었던 동물 카테고리의 마지막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