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씻으러 가려는데 오른쪽 배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 배가 자주 탈이 나는 편이라 화장실을 가거나 잠시 아프다가 말겠지 하고 웅크리고 가만 있었는데 웬걸,
점점 더 아파질 뿐더러 전혀 나아질 기미도 안 보이는겁니다!
아픈게 정말 생소한 느낌으로 아픈데다 오른쪽 배, 맹장염인가 싶은 그런 안 좋은 느낌에 병원엘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일어난 상태 그대로는 너무 남보이기 추해서 주섬주섬 위아래 옷을 챙겨입고...대충 양치질과 세수를 하고...
양말은 차마 짝맞춰 신을 여력이 안 돼서 그냥 잡히는 대로 나온 검은색으로 짝짝이 양말 착용.
그리고 근처 내과를 가려는데 엄두가 안 나는겁니다 너무 아파서. 그리하여 난생 처음...119에 구조요청을 했고 정말 빠르게 5분도 안 되는 시간에 절 픽업하러 오시더군요. 정말 대단해...
응급실에 들어가서 간호사 분들과 의사선생님들이 상태를 체크하시느라 이름과 생년월일등을 계속 물어보시는데...그냥 대신 써줄테니 종이와 펜을 달라 하였지요.
계속 아파서 허리를 바닥에 제대로 대지 못한 채 끙끙거리게 됐습니다. 정말 죽을 정도로 아픈가? 하면 그건 아닌데- 아프긴 너무 아파서 입 밖으로 끙끙 아악악 하는 신음소리가 절로 나오고 정말 애매하게 엄청 아팠습니다.
제발 진통제좀 놔주세요ㅠㅠ 싶었는데 뭐 이것저것 물어보고 서명하고 그러느라 병원 도착한지 십오분? 이십분? 만에야 링거에 진통제를 맞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진통제효과로 인한 구역질만 났습니다.
의사분들은 충수염이 의심된다 하시며(나도..) 자세한 상태를 보기 위해 일단 x레이와 ct촬영을 하자 하여 촬영에 임했습니다.
ct는 처음이었는데 그 숨쉴때 뜨거워지는 느낌 좀 위험한 기분.
그와중에 아 회사 일할 거 엄청 많은데...수술하면 며칠이나 일정 구멍날텐데 어떡하지...일때문에 걱정까지 마구 겹쳤습니다.
암튼 ct를 찍는 그때도 아픔이 전혀 멎지 않아 진통제 한 팩 또 투여. 두시간 가량 응급실에서 침대에 실려 왔다갔다 하면서 슬슬 진통제 효과가 생겨 좀 덜 아프게 됐습니다. 깜박 잠도 들고. 그 즈음 결과가 나왔는데,
요로결석이래요. ct에 대놓고 찍힘ㅋㅋㅋ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죽도록 아프지만 죽지는 않는 그 요로결석!!
약을 몇 주간 먹어서 요로를 확장하여 자동으로 결석이 빠지게 하는 방법/초음파를 주변에 쏴서 결석을 조금씩 깨는 방법/요도를 통해 수술기구를 삽입하여 결석을 꺼내는 방법. 요 세가지의 치료방법이 있다는데 세번째 건 말만 들어도 고통스러워서 2번에 약처방까지 하는걸 택했습니다.
그렇게 1차 치료를 받고 10시 반 쯤 입원하여 2시 반쯤 퇴원하게 됐습니다. 아프면 진통제 먹고 열나고 아프면 다시 응급실 오라네요. 킁.
정말로 아프다는 문자 하나로 위급함을 눈치채고 회사에서 택시타고 총알처럼 달려와준 여친이 너무 고맙네요. 너무 아프고 안경도 못 써서 어느병원인지도 잘 몰라 제대로 알려주지도 못했는데 여기저기 응급실에 수소문해서 제가 입원한 곳을 확인하고 와줬다네요. 과연 나는 그런거 할 수나 있나 싶고... 뚱뚱하지만 잘 해줘야지 ㅠㅠ...
요로결석이거나 요로결석을 겪고 싶지 않은 분들은 물을 많이 드시라고 합니다...저는 환자라 하루 3리터의 수분섭취를 처방 받았어요. 평소에 물 한 컵도 안 마시는 날이 많은데...큰일입니다.
아무튼 이번 일로 알게 된 건,
119는 정말 빠르다.
요로결석은 정말 아프긴 한데 죽을정도로 아픈건 아니지만 엄청 아프다(?).
진통제 맞으면 구역질이 엄청 난다.
실비보험 든 게 각종 사고로 인한 입원환자이지 않으면 통원비 외에 지원이 안 되는거여서 해지를 하고 딴걸 계약해야겠다.
정도 되겠네요. 아프지 마세요!
라고 생각들었던 적이 세번 있었는데 그중에 한번이 결석이었네요 ㅎㅎ
뱃속에서 크레토스가 무쌍찍고 다니는 느낌이었음...
나머지는 식중독 걸렸을때랑 저체온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