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만난 친구이긴 하지만 죽이 잘 맞아 알고 지낸지 15년. 허우대는 준연예인급이고 일반인 코스프레를 해대서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를테지만 뼛속까지 덕후라 저와 코드가 잘 통하는 친굽니다.
같이 덕질하며 놀러다니고 군대에서도 전역할때까지 편지 주고 받고 암튼 친한친군데, 다른 친구로부터 그 친구가 곧 결혼을 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결혼 전에 몇 놈 모여서 대화의 장을 갖자는 제안이 왔요. 신선한 놀라움이 한 2초 정도 있다가 기분이 급 나빠지는데...
이유는 그러합니다. 그 친구와 만나서 수년간 같이 놀던 커뮤니티...의 구성원들을 다시 보게 될 판국이기 때문이었던 것이죠.
그 커뮤니티는 없어졌지만 모두 페이스북으로 옮겨와서 여전히 긴밀하게 지내고 있던 와중인데 작년 7월, 클로저스 메갈사태의 건으로 저는 그들과 완전히 결별을 하게 됐습니다.
그들(커뮤니티 활동을 하다 페북 친구를 맺고 놀던 이들) 전부는 아니지만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몇몇이 메갈을 지지하며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었고 그 의견에 반대하는 저를 합심하여 인신공격하고 이상한 궤변을 늘어놓기에 환멸을 느껴 페북을 접게 되었습니다. 그냥 그 몇몇이면 걔네만 차단하고 말았을 텐데 앞으로 나서 명예여성(ㅋ)임을 자처하는 인간들을 제외하고도 소극적으로 지지-뭐 얼마전에 기사에서도 실렸던 바람계곡의 페미니즘인가 하는 페이지에서도 참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거나-한남충임을 한탄하며 세태를 안타깝게 여기며 여혐무새가 된 과거의 sns가 공개되어 물의를 빚은 인간과 수년째 긴밀하게 어울리는 크루...
정말 다양했습니다. 엮이기 싫은 부류가. 색안경을 안 쓸래도 자동으로 씌어집디다...암튼 많았어요.
정말 많았어요.
하지만 그 친군 페북을 열심히 하는 친구는 아니었던 데다가 덕후라 어지간 한건 다 알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고. 제가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메갈에 대한 입장이 어떻다는걸 들은 적이 없어서 절연을 할 이유도 없고 할 수도 없고 그래요. 불안은 하지만요.
아무튼, 그것도 이제 거의 반년 됐죠?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짜증이 팍팍 나고 그 인간들이 혐오스러운게 스멀스멀도 아니고 순식간에 뇌를 덮치는데요!
1. 저랑 그 친구가 만나서 어울렸던 그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대부분 저렇게 혐오주의자가 되어있었기 때문에 그 친구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불안때문에. 뭐 그 경우엔 그 친구도 절 싫어한다고 하겠죠. 저도 싫어질거고.
2. 이랬든 저랬든 그 친구 결혼식엔 별 이변이 없는 한 그 혐오주의자들이 오게 될 것 같으므로.
진짜 어째야 좋을지 가슴이 답답하네요. 일단은 3월 초에 넷이서 모임을 갖는데, 그 건에 대한 제 생각을 털어놓을 생각이긴 합니다.
그 친구에겐 별 문제가 없다 하면 그냥 불편한 혐오주의자들 만나는 걸 감수하고서라도 참석하고 싶은데 문제가 있다면...아아 끔찍.
누구 결혼한대서 기분이 이렇게 안 좋아진 적이 없는데 아아. 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