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운좋게 업계 들어와서 대충 비비다보니 어느덧 10년이 좀 넘었고요.
뭐 물론 제가 썩 대단한 게임을 만들어 본 적은 없습니다만 한국에 스마트폰 게임 출시되던 때부터 함께해왔으니 출시한 게임은 제법 됩니다.
또한 운 좋게 마켓1위를 해본 게임도 두 개나 있어요. 앞으로는 없겠지만 뭐.
원체 어려서부터 게이머였던 터라 게임 만드는게 즐겁고 그러던 시절이 꽤 길었어요.
그리고 여전히 꽤 많이 개발자보다 유저 쪽의 시선과 감성을 갖고 있다고도 자부하고 있고요.
그렇다보니 뽑기로 점철된 유사 게임들만 설치는 현 한국 게임업계에 환멸을 느낀지는 좀 됐는데...
각설하고 어제, 화제작 리니지2M이 나왔죠.
저는 해당 IP를 극도로 혐오하기때문에 플레이를 해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직뽑기라는게 커뮤니티에 올라와버리면서
저도 보게 되었고. 저는 그만 정신을 잃...아니 분노를 하게 되었습니다.
혹자는 리니지M의 변신시스템을 이름만 바꿔서 낸 것이나 다름 없다, 뭐 그런 말들을 하시는데,
전직, 클래스란 이름을 달고 나온 이상 그러면 안 되는 거였습니다. 뭐 말이라도 좀 바꿔서 특수병과라던가 얼마든지 눈속임을 할 거리가 있죠.
하지만 그들은 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뭐 거기의 확률이나 추가 합성을 통한 상위등급...이런건 논할 거리도 안 됩니다.
중요한건 클래스를 돈주고, 그것도 뽑기로 팔았다는 거니까요.
밥집에 갔는데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돈내고 사야되는 상황인거랑 크게 다르지 않아요. 둘 중 하나만 있어도 밥은 먹을 수 있지만, 주지 않았죠.
타 회사의 모바일 MMORPG들도 탐관오리들이 세금 착복할때마냥 최대한 쥐어짜낼 비즈니스 모델에서 외줄타기마냥 들쭉날쭉하게나마 간을 보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지킬건 지키거나 잘못됐다 싶으면 고치거나 하였지요.
마지노선... 그러니까, 정말 지켜야 할 선이라는게 있는데 리니지2m은 가볍게 그 선을 부숴버렸습니다.
리니지가 PC시절에 온라인게임을 통해 이윤을 창출해내는 현금거래를 사회적으로 당연하게 만들어버린 죄가 아주 흉악한데,
모바일에 와서는 기본의 기본조차 상품이 되게끔 만들었습니다.
정말로, 한국 게임업계의 암덩어리에요. 개발에 참여한 자들은 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입니다.
그들은 비록 그딴걸 만들어 냈어도 개개인의 실력은 출중하고 돈도 잘 벌겠죠. 물론 그 사람들 아니어도 다른이가 그 자리에서 지금의 결과물을 냈겠죠.
하지만 덕분에 한국 게임업계는 더욱 빠르게 묫자리를 보게 될겁니다.
저는 질렸어요. 정말로 크게 환멸을 느낍니다. 이런걸 게임이라고 쳐주기엔 30년동안 사랑해왔던 게임들에게 너무 미안해요.
그래서 이르든 늦든 업계를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었네요.
물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당장 무턱대고 탈업계를 할 수 없는게 아쉽지만 별 수 있나요.
빨리 자기개발해서 다른 일로 먹고살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습니다.
저는 친구들과 이게 더 재밌을것 같다는 회의를 거쳐 은퇴할 때까지 현업종사자로 있는게 꿈이었다는건 뭐 친구들과 저만 아는 얘기.
도박성이라곤 알지만 그게 그렇게 자제가 안 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