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루리웹에 있었던 연분홍 건에 대해 썰을 풀자면-
저도 색약입니다. 황록색맹이라고 하더군요. 진짜 황색이랑 녹색이 섞이면 구분이 잘 안 되고 특히 녹색은 일정이상 어두워지면 회색으로 보여요. 뭐..뿐만 아니라 색감테스트 하면 20%가 넘게 틀리는 전반적으로 색에 대한 인지 능력이 낮은 잉간인 것입니다. 어려서는 연보라와 하늘색의 차이도 몰랐고...
저는 배워먹은 도둑질이라곤 쓸데도 없는 그림그리는 것 뿐인 무능력자라ㅠㅠ... 운좋게도 그림이 아닌 디자인쪽에서 몇 년째 일하고는 있는데요, 틈틈이 그림을 그리고는 삽니다. 근데...여기서 문제가 생겨요.
기본적으로 뭔 색을 칠해야 할 지 모르겠다/칠했지만 이상하다, 라는 큰 문제요. 이게 말이죠 일단 사람이 살면서 여러 사물과 현상을 보며 색을 인식하고 그걸 토대로 기억에서 끄집어내서 색을 칠하는데 저는 그게 안 된단 겁니다. 무슨 색인지 몰라서 찾을 수가 없어요. 녹색계열인지 청색계열인지...정말 찾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뭐 일단 그래도 그리던건 그려야 되니까 대충 강행을 하면 안 이쁘죠. 어디어디에 색을 왜 이걸로 칠해놨냐는 소리도 듣고요.
하지만 디지털 시대이기도 하고(고마워여 RGB) 그 전부터 채색을 위한 도구에는 기호나 명칭, 숫자로 이뤄진 구성이 있기때문에 이쪽의 학습을 통해 꾸역꾸역 버티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채색을 들어갈때면 백지공포증을 거기서 느낍니다. 그래서 배색사전이나 이런쪽으로 공부를 하려 해도 눈에 들어오는 색으로는 그게 잘 와닿지 않더군요. 그래서 칠해봤자 이상한 채색을 하기 싫어 그림을 그려도 스케치에서 끝나기 일쑤이고, 채색하는 것도 스킬인데 이쪽은 전혀 늘지 않고...뭐 남은건 도태 뿐이죠. 그래서 제가 업이 아니라 덕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초년생 시절의 일인데 색에 대해 인지를 잘 못하고 딴 색 찾아오고 이러니까 실장이 "너 색맹이냐?"는 소리에 그렇다고 대답했고...저의 사수는 절 조용한데로 데려가 말했습니다. 어디 남들 듣는데서 색맹이라고 하지도 말고 티도 내지 말라고요. 그거 알면 아무도 디자이너로 써주지 않을거라고.
결론은 뭐 아침에 녹색 드레스를 연분홍이라고 해대는 리플을 보고 저는 정말로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아, 왜 난 이게 녹색으로 보이지? 이 사람들 말이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하고요. 딱히 저한테 색맹이라고 하는거라든가 그런류의 농담을 못 받아들이는건 결코 아니라고 자부할 수 있는데(오히려 같은 색맹이라 더 잘 놀릴 수 있음)...세 사람만 모여도 호랑이를 만들 수 있다는 말 처럼 상황이 그렇게 되니까 정말 혼란스러웠습니다.
점심때 있었던 셧다운 합헌.
뭐 사실 이게 위헌이 될거라는 희망은 털끝만큼도 없었습니다. 애초에 이쪽은 학부모들이 들고 일어날 문제지 업계에서 뭐라뭐라 싸울 문제도 아니라고 보거든요.
하지만 한국의 학부모라는 계층은 제 입장에선 언제나 실망스럽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부류였습니다. 아 물론 훌륭하신 분들도 많지만 대개는, 눈에 보이는 쪽은 늘 실망스러운 쪽이고, 이는 시간이 흘러서 세대가 변해도 학부모라는 계층은 변함이 없습니다.
20년 전 X세대들이 "공부만 시키는 부모와 학교가 밉다! 개성을 존중해달라!"를 외치고 학부모가 되자 그때보다 더 심하게 애들을 학원에 몰아넣고 공부로 쪼고. 그것도 모자라 법으로 애들 노는걸 막아달라는데 뭐 더 할 말이 있겠습니까. 유치원 다니는 아이에게 "쟤는 영어 못하니까 친하게 지내지 마."를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그런 학부모, 인간같아 보이지도 않습니다.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에ㅠㅠ"같은 소리 진짜 본인한테만 어필되지.
저녁때 들은 케밥 아저씨.
정말 슬프고 화가났습니다. 축제도 아닌데 거기서 케밥을 만드냐 라는 논리에 기가 차서. 아니 그 아저씨가 고기 썰면서 칼춤을 추길했나...그것도 유족들도 아닌 봉사자라는 사람들이 왜 나서서 보기 싫다고 쫓아냈는지 이해를 할 수 없네요.
아 물론 마음도 중요하지만 분위기에 맞는 차림새와 행동거지는 중요합니다. 근데 케밥이 장소와 안 어울릴게 어딨으며 야외에서 고기 써는게 뭐가 어때서...아 혈압. 케밥 2000개...점심만이라도 유족들에게 나눠주고 가겠....혈압
암튼 이후에 그 케밥 아저씨 돌아갈 때의 씁쓸한 표정을 보니 정말 울컥했습니다. 일베충 같은 놈의 쫓아낸 자들의 대한 두둔도 "덕분에" 잘 봤고요.
여러분도 어느정도는 겪어봤을거잖아요? 선의가 악의로 돌아오는거. 그거 어떤 심정인지도 알거구요.
오늘의 결말은 착잡함 밖에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