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가 되겠다고 올라와서 운좋게 허름하고 대우 안 좋은 회사나마 풋내기 원화가로 취직을 할 수 있었어요.
신입이라는 이유로 밤 10시 이전엔 퇴근할 수 없게 해놓았고 실무는 사실 거의 할 수 없이 이것 저것 뒤치다꺼리만 하는 나날이 이어졌지요. 하지만 그것도 팀이 반년만에 없어져서 백수가 됐지요.
처음에 너무 힘들었던 터라 한 두달은 놀아야겠다, 하고 놀다가 취직해야지 부랴부랴 포폴을 모아보니 부끄러워서 어디 선뜻 낼만한 데도 없고 다시 포폴을 준비하고요. 한동안 준비해서 게임잡에 올려서 기다려봤지만 연락오는데는 없고-그렇게 있다보니 어느덧 반년이 다 돼가더라구요.
형네 셋방에 얹혀 살았는데 대놓고 고향으로 내려가라고 잔소리를 듣고 참 심란하고 그랬어요. 그리하여 취직이고 뭐고 일단 돈이라도 벌어야겠다 싶어 PC방 알바자리를 알아보던 중...원화는 아니지만 그래픽 쪽으로 자리가 난 곳에 은혜로운 분의 도움으로 취직을 했습니다.
거기서 원화를 제외하고 UI며 뭐며 이것저것 했습니다. 뭐 그쪽 디자인으로는 또 처음이라 이것 저것 배운 것도 많긴 해요.
그런데, 그렇게 목표로 뒀던 원화와는 거리가 있는 디자이너의 삶을 한 해 두해, 당연한 듯한 야근에 치여 지내다보니 나이는 먹었는데 원화로 이직을 할래도 내놓을 포폴도, 실력도 없더라구요. 회사를 다른 곳으로 옮겨도요.
그러기를 지금 7년 째, 이제는 어디가서 원화가 하고 싶다는 말도 못하죠. 요새 젊은이들이 얼마나 출중한데...
그리하여 문득 그 때, 다른 선택지가 있었으면 어땠을까...싶기도 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취직..을 위해서 오만 준비를 다 하다가 수십여군데 떨어지고 결국 정말 먹을것이 없고 입을것이 없고 집에 전기도 끊기고 날씨가 추워지는데 차디찬 바닥에서 잘 수 없고 당장 낼 월세가 없고 대학 등록금도 밀려서 신용 불량자에 올린다길래 알바 자리로 돌아온 28세. 그게 접니다.
세상을 내가 만만하게 본건지, 아니면 세상이 절 죽음으로 몰고 가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알바로 돌아 오면서 다시는 취직 활동을 못할거라 생각했고 실제로 그러고 있습니다.하루하루 알바로 최저시급 받으면서 신용 불량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빚을 갚고 있고 이걸 다 갚을때 쯤엔 29살 중반쯤이 되겠네요. 그러면 나이가 차서 또 저는 취업에 실패하겠죠. 모든게 눈앞에 보이는데도 알바로 돌아왔습니다. 마이피에 자살글을 올릴 정도로 알바를 할바엔 죽고 싶었지만..
마이피 분들이 화이팅 해준것도 있고..살다보면 뭔가 있지 않을까 싶어 알바로 돌아왔지만 사실 제 인생은 망했다고 생각합니다.
보이지 않는 미래 뭘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갑갑하기만 하고
눈치 보이니까 뭐라도 하면서 돈을 벌어야하겠고
그러기를 몇년하다보니 나이만 먹어가고 결국 ..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