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상에 빛나는 길예르모 델토르의 신작 나이트메어 엘리를 드디어 봤다.
다른 영화는 엄청 빨리 개봉 시키면서 이런건 왜 맨날 몇달 뒤에 개봉하는지 모르겠지만 미국에서는 작년에 개봉한걸 이제서야 개봉해 사실상 뒤 늦게 보게 되었다.
본 영화 이야기 전에 잡답을 좀 우선 하자.
델토르는 아마 내 최애 영화 감독일 것이다. 영화 빠돌이들 사이에서 말하면 무시 당할 말이지만, 내 인생 영화 중 하나가 그의 작품이다.
판의 미로나 사랑의 모양이면 덜 부끄럽겠지만(?) 아쉽게도 블레이드2와 퍼시픽림이다.
내가 그를 왜 좋아하는지 알겠지?
오타쿠의 피가 진하게 흐르는 감독이고 그의 성향이 영화에 듬뿍 들어가 있어서 그를 좋아한다.
자신의 취향을 한 것 들어낸 디테일들이 워낙 마음에 들고,
그의 작품들을 쭉 보면 기괴해 보이는 겉과 달리 은근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들인지라
결국에는 헤피엔딩 취향인 나에게는 최고의 감독이다.
그래서 이번 작품은 좀 별로였다.
쓸데 없이 길게 델토르 똥꼬 빨다가 갑자기 반전을 줘봤는데, 나이트메어 엘리는 내가 좋아하는 델토르의 반만 있어서 그렇다.
여전히 확고한 미술 취향과 복고풍의 시대 배경은 그의 장기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준다. 카니발 디자인 하나하나 너무 마음에 든다.
좋은 반은 이거고....
나이트메어 엘리에서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괴물이다.
델토르 작품에서는 언제나 일반적인 사람들이 아닌 사회에서 벗어난 뭔가 삐뚤어진 괴물들이 항상 주인공이었던지라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근데 이전 그의 작품들과 달리 이번 작은 그 괴물들 속내에 사랑스러움이 없는 진짜 그냥 순도 100%의 괴물들이다.
뭐 원작 소설이 따로 있어서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캐릭터들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진짜 하나도 남김 없이 다들 쓰레기다.
주인공 부터 조연까지 응원하고 싶어지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나마 여주인공이 좀 낫지만 그녀가 극의 중심은 아니다.
델토르 최대 강점이라 생각하는 따뜻함이 없으니 그냥 기괴함만이 남은 영화가 되었다.
물론 매력적이긴 하지만 무려 2시간 30분 짜리 영화를 온전히 끌고 가기에는 부족하다. 흔치 않게 그의 영화를 보다가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극장에는 조는 사람들이 꽤나 있었다.
거기다 뭐 옛날 작품의 리메이크라 그런지 이야기가 굉장히 뻔하다, 뭐 특별한 반전이나 노련한 구성으로 유명한 사람이 아닌지라 그런 기대를 한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미스테리 스릴러물 같은 이야기인데 이야기의 쫄깃함 따위는 1도 없다. 다들 너무 뻔한 군상에 뻔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뭔가 스토리에 기대할만한 구석은 없다. 영화 중반 쯤부터 이미 영화의 엔딩이 머리 속에 그려져 있었는데 진짜 1도 안 틀리고 그대로 끝나서 오히려 놀라울 정도였다. 그나마 다행히 다들 연기를 기똥차게 해서 연기 보는 맛은 있었다.
케이트 블란체의 팜므파탈 연기는 진짜 오우야 소리 나올만 하다. 그외에는 굳이 이 영화를 볼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결론적으로 흥미롭지 못한 이야기이고 그 속의 예쁜 미술과 베테랑 연기자들의 호연이 아쉬운 작품이다.
무엇보다 너무 길어, 1시간 40분 정도만 됐어도 훨씬 좋은 평가가 나왔을거 같다.
그리고 루리웹에서는 아무도 이 영화에 관심이 없는거 같다. 그래도 오스카 상 감독인데 놀랍게도 한번도 언급 된걸 본적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