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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낱개들 (0) 2024/06/14 PM 07:07

낱개들



너의 모양, 너의 빛깔

꼭 맞는 자리가 있었을 텐데.

쫓기듯 구겨놓인 탓에

괴상한 그림이 되었구나.

눈치 없이 끼어들었다

손가락질 받지만

그게 어디 네 탓일까.

다그치고, 재촉하니

헐레벌떡 뛰었을 뿐이지.


나의 모양, 나의 빛깔

선명했던 시절도 있었을 텐데.

이리저리 치이다 보니

푸르스름한 빛깔마저

본디 나의 것이었는지

멍이 들어박힌 것인지

이제는 나도 모르겠다.

내가 어떤 모양이었는지.

세상은 어떤 그림이었는지.


낱개가 되어버린 조각들이

방황하는 조각들이 너무 많아.

물어보고, 또 물어봐도

모른다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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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갈증 (0) 2024/06/13 PM 05:35

갈증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

잡히는 대로 사랑하려 했지만

접속은 짜디짠 소금물.

마시고 또 마셔도

갈증은 가시지 않는다.


허우적거리는 동안

스멀스멀 기어 온 혐오는

해방을 속삭이지만

우리는 그저 사랑이 고픈 아이.

미움을 뱉어본 들 허기만 진다.


우리는 어쩌다 우리를 잃었을까.

이 울타리, 저 울타리 떠돌아도

낯선 무리만 드글거려

붉게 충혈된 눈으로 으르렁거린다.

우리는 언제쯤 사랑할 수 있을까.

고달픈 시절, 밤은 퍽 길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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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pokerogue 완료. (0) 2024/06/10 PM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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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kerogue, 포켓몬 + 로그라이크 팬메이드 게임.

최근에 한글 지원이 된 듯 하네요. 방송에서 자주 보이길래 냉큼 해봤습니다.

어차피 NPC 아님? 만만하게 봤다가 참교육 당하기를 수차례.

수치스럽게 공략을 줍줍하고, 실전배틀러의 조언을 들으며 겨우 클리어 했습니다.


사실 3세대? 이후로는 아는 포켓몬도 거의 없고, 실전기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던 상황이라 더 어려웠습니다.

방어나 상태 이상 같은 건 신경도 안썼는데, 로그라이크류로 해보니 깔짝은 신입니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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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후일담 (0) 2024/06/07 PM 04:50

후일담



용사가 검을 휘둘러 마왕을 물리쳤던 이야기도

풍화된 동상처럼 시간의 흐름에 바래지자

고요했던 광야에 검은 욕망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두려울 것 없어진 권력은 남겨진 부를 향해 달려들었고,

전설을 꿈꾸던 모험가는 서로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마법이라 불리던 지식은 새로운 계급이 되었고,

신화를 구전하던 승려는 거짓된 성서만 읊게 되었다.


하찮은 괴물들이 늘어나고, 다툼이 잦아지자

새로운 세대는 신앙을 버리고, 마왕을 찾았다.

그 시절이야말로 진정한 모험이 있었다며

퍽 잔혹했던 시대를 그리워했다.

신화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애타게 재래를 바랐지만

신탁도, 검도, 용사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남겨진 동상을 보라.

날카롭던 검 끝은 부서져 형체조차 없고

선명했던 얼굴은 무더져 윤곽조차 희미하여도

두 발을 딛고 힘차게 서있는 저 동상을 보라.

함께했던 동료들도 여전히 그의 곁을 지키고 있다.

우리는 결코 무릎 꿇지 않으리라, 그리 외치고 있다.


마왕이 사라진 세상.

용사도 사라진 세상.

시시한 악만 들끓는 세상.

하지만 우리는 굴복하지 않으리.

용사라면 분명 그랬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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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스물, 어느 봄날 (2) 2024/05/31 PM 05:17

스물, 어느 봄날



책갈피에 끼워둔 꽃잎처럼

바랠지언정

사라지진 않을 그리움.


너를 펼쳐볼 때면

봄결에 잠기다가도

재채기처럼 찾아드는

상실의 자각.

나는 너를 잃고 말았구나.


어느 봄날, 봄날마다

너를 보낸 내가 남아서

앙금처럼 남은 사랑.

다 녹일 때까지

난 더 울어야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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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기가막히네요

사러가자!!    친구신청

표현법 : 직유법, 의인법, 반복법, 대구법
주제 : 스무살의 상실감, 비애
표현상 특징 :
특정 연에 명사형 종결 어미로 여운 형성,
다양한 종결 어미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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