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yptian Blue MY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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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글쓰기] 부먹론 (8) 2014/10/16 PM 07:16
음식에 대한 많은 논쟁들이 있었다. 탕수육 부먹 vs 찍먹 논쟁도 그 중 하나이다.

사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완전히 부먹파다. 어려서 탕수육을 먹을 때면 좋아서 제일 먼저 소스를 튀김 위에 부었더랬다. 양념이 잘 밴 눅눅한 튀김옷이 주는 식감이 그렇게 좋았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부먹파임을 드러낸 적이 없다. 부먹은 언제나 소수였다. 티비에서 본 탕수육 장인은 부어 먹어도 튀김옷이 바삭한 것이 탕수육의 왕도라고 하셨지만 빠르고 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제일 장점인 동네 중국집에서 그런 탕수육을 만나기는 쉽지는 않다. 게다가 덜어먹을 수 있다는 선택지가 있는 한 부먹은 언제나 소수파일 것이다.

그래도 가끔 부먹은 소수파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한다. 짬뽕 국물을 탕수육 위에 끼얹어버린 유명한 짤방 때문에, 미디어에서 계속 부먹은 개념이 없다고 우리를 세뇌해나가서 그저 부먹파들은 소리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실제로는 함께 먹는 사람들 모두 양념을 탕수육 위에 뿌리고 싶은 욕구를 참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어찌됐건 대세에 따른다고 음식 취향을 숨겨온 것이 내가 가고 싶은 길은 아니다. 그렇다. 나는 부먹파다.

어느 날 우연히 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부어먹기를 주장하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운명처럼 부먹파들과 탕수육을 먹고 싶다. 그러면 나는 손에 양념이 묻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디캔팅하듯 부드럽게 탕수육 위에 양념을 얹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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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일미리    친구신청

저도 부먹ㅠㅠ

↕둘이결혼해↕    친구신청

전 바삭바삭한 식감을 좋아해서
찍먹파

하인드카인드    친구신청

주절먹

롱보드    친구신청

없어서 못먹

남자신사    친구신청

정통은 부먹이 아니라 소스와 볶먹이죠..
근데 배달이 가능해지면서 소스의 눅눅함을 방지하기 위해 부먹인 사파가 생겨났고..
그 부먹 사이에서도 찍먹이 생겨난거죠..
정통은 볶먹입니다...

충전완료    친구신청

중국요리집 가서 바로 조리해서 나온 탕수육을 먹으면 부먹, 찍먹은 의미가 없죠.
볶먹이 진리

지나가던 고양이    친구신청

예전에 먹던 탕수육 고기가 양도 적어지고 질도 떨어진 뒤부터 찍먹입니다.

두야리    친구신청

찍어 먹어요 남겨도 괜찮으니
[취미는 글쓰기] 시간이 그를 자유케 하리라 (0) 2014/10/14 AM 02:09
시간이 그를 자유케 하리라

"너 아직 그 사람 생각하고 있잖아......."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코끼리에 대한 유명한 이야기 때문에 그는 헤어진 그녀를 떠올렸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고 말하면 더 코끼리를 떠올리게 되는 우리 뇌의 속성 때문에 그 역시도 잊으려 하면서도 누군가 헤어진 그녀의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그녀를 떠올려왔다. 부끄럽고 미안하면서도 반대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 모든 미련이 온전히 나만의 잘못인가요?'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동일한 과거를 공유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는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 갇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렇기에. 그래서! 그녀의 대답이 더 속상하고 괴로웠다.
그녀는 그의 고백에 단호하게 대처했어야 했다. 기분 나쁜 표정을 짓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한바탕 욕을 퍼부어 주는 편이 그에게는 훨씬 더 도움이 되었을지 모른다. 그녀의 말 때문에 그의 공상이 아주 길어졌다. 그는 자신의 현재 모습과 심리 상태에 대해 생각했다. 과거가 현재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당연하다는 걸 그는 잘 알았다. 우리가 범죄자에게 느끼는 편견(그는 그걸 너무도 당연한 감정이라고 느꼈으며, 범죄자의 본성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선자라고 생각했다)도 결국 과거가 현재에 미치는 영향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사랑은 다르다. 늘 같은 방식으로 사랑하게 되는 것은 아니니까.'
결국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는 그녀의 대답을 들은지 채 1초도 흐르지 않은 시점이었다. 눈물이 맺혔던 눈이 다시 총기를 찾고, 꽉 다문 입술이 펴져 입꼬리를 올리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는 그녀의 안타까운 듯한(어디까지나 그가 느끼기에 안타까운 것만 같은) 표정에서 약간의 희망을 느꼈다. 그는 다시 그녀에게 질문할 용기를 찾았다.
그러나 그 때 솟아오른 그의 용기는 더 깊게 들어가면 그의 어린시절과 관련이 깊다. 그는 부유하지 못한 삶을 살았고, 그의 부모는 그의 미래를 위해 현재의 생활을 과감히 포기했다. 그건 그에게 열등감을 주었고 지금의 행복관을 심어 주었다. 그는 현재를 위해 살기로 했다. 현재 느끼는 감정에 충실하고, 현재의 행복을 위해 살기로 했다. 그 자신의 행복은 어떤 다른 이의 행복보다 우선하는 것이었다. 아무도 그의 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으며, 그의 생, 그 생은 단 하나다. 그는 과거가 미치는 연속성을 인정하며, 미래를 부정하는 현재인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행복 추구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다시 한 번 생각해줘. 난 네가 아니면 정말 행복해 질 수 없어."
"........"
"넌 지워야 되는 문신투성이야."
그녀는 이번엔 조금 더 단호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문신이라고? 문신은 차라리 낫다. 그건 자신의 과시욕에 의해 몸에 새겨졌다. 그러나, 그의 몸에 가득한 과거의 상처들은 과시욕에 의한 것이 아니다. 이건 지금 감옥이며 우리와 같다. 언제 새겨졌는지조차 알기 힘든 낙인. 사랑의 범죄자.
우리에 갇힌 늑대, 목줄이 걸린 개. 그들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 무언가에 의해 갇혀있거나 누구의 소유가 되어있음을 너무나 잘 아니까. 그는 태어나자마자 전자 낙인이 찍혀 사바나를 떠돌아다니는 코뿔소를 생각했다. 코뿔소는 자신이 보호받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행여 안다고해도 자유를 빼앗은 그들에게 감사하지도 않을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이 찍어 이제는 온몸에 스며든 옛 이의 체취들은 그의 자유를 빼앗았다. 이제는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러나 그가 부정한 미래가.......

곧 시간이 그를 자유케 하리라.



대학 시절, 한 커뮤니티에서 한 몇 번의 연애가 자주 괴롭게 하였으나, 이제야 시간에 의해 치유된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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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긴 어게인 (Can a Song Save Your Life?, 2013) 스포? (0) 2014/10/09 PM 11:13


비긴 어게인을 보았습니다. 리뷰를 쓰고 있는 현 시점에는(10월 9일) 관객 수 3백만을 넘어서 올해 다양성 영화 중 누적 관객 수 1위를 달리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제치고 계속 흥행하고 있습니다. 감독의 전작인 원스가 2007년 대단한 반향을 이끌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 23만 명 정도의 관객을 동원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눈부신 성장이라 할 만 하지요.(물론 워낭소리가 갱신하기 전까지 최고 기록) 사실 키이라 나이틀리와 마크 러팔로, 배우로 보기는 어렵지만 Maroon 5의 보컬인 애덤 리바인이 가지고 있는 스타 파워를 생각해본다면 다양성 영화에 범주에 넣어두어야 할지도 의심스럽습니다. 아무리 200개 미만의 상영관을 잡고 신청만 하면 달아주는 것이 다양성 영화의 타이틀이라지만 말입니다.

영화는 함께 음악을 하던 남자친구의 성공으로 뉴욕으로 오게 된 그레타와, 그래미를 두 번 이나 수상한 제작자이지만 그 빛을 잃어버린 남자 댄이 만나 음반을 제작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은 기본적으로 낯선, 낯설어져버린 도시의 외로움을 품고 있습니다. 그레타는 낯선 도시에서 유일하게 대화할 수 있던 상대인 남자친구 데이브의 배신으로 뉴욕에 혼자 남겨지게 됩니다. 친구가 한 명 있긴 하지만 그건 본질적인 외로움을 해결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니죠. 마찬가지로 댄 역시 과거에는 성공했지만, 현재는 가족과 직장도 잃은 상태로 침잠하고 있을 뿐입니다. 가족과 직장, 두 대표 공동체에서 댄은 낯선 사람일 뿐이죠. 두 사람의 만남은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를 떠올리게 합니다. 실제로 이 영화를 이루는 가장 큰 틀은 여기에 있다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분위기나 전개에서 상당히 닮은 점이 많아보입니다. 영화에서 빌 머레이와 스칼렛 요한슨이 도쿄의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같은 ‘언어’를 쓴다는 공통점으로 함께하게 되는 것과 다르게 댄과 그레타에게는 ‘음악’이란 형태로 존재합니다.

기본적인 틀이 나쁘지 않으니 전작의 연출력을 생각하면 좋은 영화가 나올만한데, 세부적인 부분으로 들어갈수록 이 영화는 많이 실망스럽습니다. 특히 그레타와 데이브, 댄과 바이올렛 각각 주인공들이 해결해야 할 갈등구조에서는 너무 작위적인 냄새가 납니다. 나이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만큼 멀어졌던 딸의 숨겨진 재능을 알았다거나, 잠시의 외도 후에 조강지처에게 돌아오는 남자의 이야기는 지겹게도 많이 본 패턴이죠. 남자친구인 데이브와 그레타가 헤어지는 장면, 그레타가 남자에 대해 조언하면서 바이올렛의 호감을 사는 장면, 음악을 듣고 데이브의 외도를 알아채는 장면(이 장면은 정말 너무 어설퍼 보여서 당황했습니다), 심지어는 주요소품인 ‘스플리터’까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음악들이 장면과 호응하는가에 대해 묻는다면 단연코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원스에서 OST 전곡이 영화와 호응하면서 환상적이고 반짝이는 장면들을 만들었던 것을 떠올려보면 실망스러울 수 밖에 없죠. 예를 들면 글렌 한사드가 버스 안에서 Broken Hearted Hoover fixer sucker guy를 부르는 장면이나, 마르케타가 if you want me를 부르는 장면은 영화의 스토리와도 맞아 떨어지면서 분위기를 환상적으로 환기시키니까요.
그리고 이 영화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데, 도대체 영화가 말하고 싶은게 뭔지 알 수가 없습니다. 1달러로 음반을 구매할 수 있게 만든 것이 음악의 진정성을 표현하는 방법이라기엔 너무나 조아한 낭만이고, 음반을 만들며 음악을 통해 사람들이 감정을 교류한 것, 서로의 갈등구조가 해결된 것이 음악의 진정성이라고 생각하려 해도, 그 과정이 그렇게 극적이었나 하고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뻔한 장면들 속에서 개인의 감정에 몰입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이겠지요. 아무 것도 못할 것 같던 남자는 씨 로 그린을 찾아가서 돈을 빌려 모든 걸 해결했고, 씨 로 그린은 말합니다. “저 남자가 이 집, 차 다 사게 해준거야. 그리고 난 당신이 맘에 들어.”

비긴 어게인은 본래 영화의 완성도에 비한다면 지금 엄청나게 고평가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리뷰들을 읽다보면 음악 영화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음악’ 영화인가, 음악 ‘영화’인가. 전 절대적으로 후자라고 생각하는 쪽이라, 이 영화에 좋은 평을 내릴 수가 없습니다. 영화의 대사를 빌리자면 평범한 장면을 음악은 반짝이게 빛나는 장면으로 만들어주기는 하지요. 하지만 음악만으로 평범한 영화를 명작으로 만들어주지는 못합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마크 러팔로의 대사들이 감독에게 해주고 싶은 제 심정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만들어진 그런 가수들을 원하는, 성공 방식에 취해버린 동업자 사울에게 하는 말들이요.
이 대사들은 마치 헐리우드의 성공방식을 만나 본래의 진주처럼 반짝이던 아름다운 재능을 잃어버리고만 감독의 고해성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빛나는 장면들도 있습니다. 영화 초반 클럽에서 댄이 그레타의 음악을 들으며 하나하나 악기를 더하는 장면은 참 좋습니다. 그 때까지가 가장 기대감이 고조되었죠.

한줄평 : 음악은 평범한 순간을 반짝이게 만들 수 있지만 평범한 영화를 명작으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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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School of Architecture - Pit (0) 2014/10/02 PM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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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 미움 (1) 2014/10/02 AM 12:44
미움

한 남자가 끌려와서 재판대 앞에 꿇어 앉았다. 매일의 일과대로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한다. 늘 그렇듯 사람들의 이야기는 재미가 없다. 왜 지옥행인지에 그 이유에 대해서만 궁금해하고, 어떻게든 변명하려 애쓰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판결은 옳고, 그러다보면 진실로 내가 한 일은 서류에 도장을 찍는 것 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생각보다 결정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월급쟁이지요."
옆에 선 판관이 말했다. 앞에 앉은 남자의 신상을 읊고 있는 모양이었다.
상념에서 벗어나 판결을 내리려고 하자 남자가 물었다.
"저는 왜 사람을 미워하지 못합니까? 저는 한번도 사람을 미워하지 못하다가, 그 마음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기에 마음이 상해서 죽었습니다. 대체 전 왜 그런 겁니까?"
이야기를 듣자 내가 했던 일 중에 유일하게 의미있는 일이었을지 모를 육백하고도 삼십 팔년 전의 일이 떠올랐다.
평생 수염이 나지 않는 것을 컴플렉스로 생각하며 살아온 부자의 이야기이다.
'대체 왜 전 수염이 나지 않습니까?'
그래서 일러주었다.
'장부를 보니 넌 세치하고도 반의 수염이 있다. 그러나 그 얼굴가죽이 너무 두꺼워 밖으로 나오지 못하였구나.'

그는 아마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평생 누군가를 미워하지도 못할만큼 착하고, 아름다운 성품을 가지고 있다. 들어보면 제 얼굴이 너무 두꺼워 터럭조차 빠져나오지 못한 부자만큼이나 두툼한 가면을 쓴 인간 아닌가.
"너는 누군가를 미워 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이렇게 말한 후에 웃어주었다.
"미워하는 방법도 배우지 못한 멍청이일 뿐이지. 자기 마음도 제대로 모를 정도로 멍청한 것은 스스로에 대한 가장 큰 죄다. 그러니 지옥으로 얌전히 들어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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