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수씨의 말이 성차별인지 아닌지는 차치하고,
그 말에 대한 청취자의 항의가 정당한지 부당한지도 차치하고,
그 말과 항의에 대한 마이퍼 분들의 댓글이 정당한지, 부당한지마저도 차치하고
그냥 잘못 알고 계신 것을 정정해드리고, 또 하나 덧붙여 궁금한 걸 여쭤보는 글입니다.
혹시 이 글이 논쟁의 불씨가 될 만한 여지가 있다면, 가급적 비댓으로 남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댓글란이 집단 린치의 장으로 변하는 건 바라지 않습니다 :(
1.
'미인도 용감한 자의 몫입니다'의 원본이 존 드라이덴의 'Faint heart never won fair lady'라고 하시며
원본 자체에 성별이 들어가있기에 '성별과 상관 없다'는 사람들이 웃기다고 하셨는데요,
존 드라이든이 「알렉산더의 향연」에서 쓴 표현은 'None but the brave deserves the fair'입니다.
lady라는 말은 없네요.
2.
제시하신 문구는 오히려 돈키호테에 나오더군요.
돈키호테, 2부, 10장에서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2부 (1615년)
존 드라이든의 「알렉산더의 향연」(1697년)
아무래도 존 드라이든의 말이 원본인 건 아니지 싶어요.
3.
게다가, 돈키호테에서도 저 문장을 "remember the old saying, Faint heart never won fair lady"라고 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세르반테스가 지어낸 말도 아닌, 그냥 오래된 격언이라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옥스포드 리퍼런스에서는 존 고워의 1390년 작품 Confessio Amantis에 나온다고는 하는데, 구독이 필요한 전문자료라 더는 못 알아냈어요.
다만, '미인도 용감한 자의 몫입니다'의 원본이라 주장하신 부분은 사실과 다른 것 같습니다.
4.
원본이나 어원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여쭤보는데요,
'#나는 프로불편러입니다' 하실 때 '프로불편러'가 어떤 의미인지요?
보통 'pro ~er' 할 때의 프로는 amatuer와 대비되는 pro로서
행위 자체로 수당을 받으며 한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를 뜻하는 말인데요,
혹시 불편해하는 그 행위 자체로 누군가에게 급여를 받으시나요?
만일 pro가 amatuer와 대비되기 이전의, 더 본질적인 어원을 따라간다면
종교적 모임에서 일어나는 공개적인 자기 고백 선언을 뜻하는 라틴어 profitēri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혹시 종교적인 모임에서에서 공개적으로 불편함을 고백하곤 하시는지요?
이도 아니라면 혹시 pro가 전치사 '~를 향해' 또는 '~를 위해'의 뜻이라서
'불편러를 향해', '불편러를 위해', 혹은 '불편함을 향하는 사람'이나 '불편함을 위하는 사람'의 뜻인지요?
그도 아니라면(더이상 생각나는 경우가 없네요), pro가 con(라틴어 contra에서 기원)에 대비되는 의미라서
'불편러에 찬성하는' 혹은 '불편에 찬성하는 사람'의 의미인지요?
원본이나 어원 좋아하는 분이시니만큼
그냥 요즘 쓰는 '프로~~러'하는 시쳇말과는 달리 그 본질적인 의미를 살린 표현이리라 생각하지만
제 머리로는 도저히 어떤 의미인지 알 수가 없네요.
설마 요즘 막 쓰는 말을 그대로 쓰시는 건..... 아니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