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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미봉 (0) 2024/02/05 PM 05:43

미봉



깨진 유리병을

조심스레 붙였다


조각조각들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아슬아슬 떨고 있다


그럼에도

샘물을 담고

꽃을 꽂았다

무엇이라도

피우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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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흔적 (0) 2024/02/02 PM 06:32

흔적



햇살이 스르르 밀려들면

눈처럼 하얀 이불 덮은 듯

둥글게 누워

세상 곤히 잠들던 너

네가 좋아하던 그 자리에

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함께한 추억이 그려둔

너의 형태 따라 쓰다듬으면

여전히 보드랍고 따스할 것만 같아

천천히 손끝으로 어루만져 보면

차갑고 거친 바닥

우둘투둘한 돌기

마치 점자라도 된 것처럼

너와 이별했음을 알려온다


나는 여전히 그립다

하지만 애써 지우지 않으려 한다

너를 위해 흘릴 눈물조차

내게는 행복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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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마침표를 주어야지 (0) 2024/01/22 PM 05:18

마침표를 주어야지



실패를 돌돌 풀어

이른 걱정과

늦은 후회를

이리 저리 엮어

날이 좋다고

또 날이 좋지 않다고

너에게 편지를 보내야지

반짝이지 못 한 단어들은

흰 눈에 수놓은 발자국처럼

봄을 불러올테니까

이런 저런 핑계로

서랍 속에 묻은 문장에게도

마침표를 주어야지

가슴 속에 묻은 쓰라린 흔적에게도

숨가쁜 희망을 주어야지






퇴고작.

A/S 평생 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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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증명 (1) 2024/01/10 PM 05:28

증명



대기권을 벗어난 배처럼

숨이 가빠 올 때면

모선을 놓친 선원처럼

두려움이 닥쳐올 때면

먼지가 된 듯 초라해지고

섬이 된 듯 고독해지면

눈을 감고 생각해 본다

나는 홀로일 수 있는지


지구는 여전히 배를 당기고

신호기도 쉼 없이 울린다

초라해진다 하여도

외로워진다 하여도

이따금 새들이 찾아오니

섬은 눈물짓지 않는다

세상은 홀로일 수 없는데

나라고 홀로일 수 있을까


혼자라는 커다란 착각

홀로일 수 있다는 오만

파도는 저절로 우리라 하네

태풍은 저절로 우리라 하네

별자리가 아닐 별도

은하수 흐른 길


잊지 말자

세상은 결코 점이 아님을

나는 기어코 증명해냈으니

우리가 어찌 홀로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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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굉장히 멋집니다
[단편_습작모음] [시]사건 4 (0) 2023/12/27 PM 05:07

사건 4



오늘, 광대가 죽었다

혹한의 추위에 나체로 내쫓았으나

사인은 동상이 아니니

범인도 당신이 아니리


그리 적으라 하여 그리 적는다

어린 사관이 갸우뚱하며

아니, 사관은 갸우뚱하지 않지

붓을 신나게 휘두를 뿐이지


가해자 없는 살인이라니

참으로 절묘한 기술이지

죽음을 선고할 수 있다 믿는 자들의

참으로 오만한 기술이지


곡소리 담장을 넘어와도 어물쩍 넘어가겠지

제 허물엔 턱없이 관대한 자들이니까

"담장을 더 높이거라"

참으로 탁월한 판결을 내리겠지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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