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적기
네가 빼곡히 적어둔 미움은 한때, 학교를 휩쓸었다.
키득거리는 아이들 손에서 손으로, 교실에서 교실로
잘게 잘게 찢어진 쪽지는 어느새, 모두의 손에 들려있었다.
들불처럼 번져나간 미움적기는
장맛비를 마주한 듯 사그라들어
방학 지나서는 다 끝난 놀이가 되었지만
너는 여전히 미움을 적었다.
반들반들한 교실 칠판에
중앙 현관 큼직한 게시판에
우둘투둘한 학교 담벼락에
마구마구 미움을 적었다.
낙엽이 질 때쯤엔 미움은 으레 네 것인 듯
네가 적지 않은 쪽지도 네 자리로 보내졌다.
그럼에도 너는 계속 미움을 적었다.
보내고, 적고, 받고, 적고,
보내고, 적고, 받고, 보내고,
적고, 적고, 적고...
보내는 것도, 받는 것도 잊은 채
하루 종일 적기만 했다.
무엇이 그리 미웠던 것인지, 여전히 모르겠다.
나는 다만 빼곡히 적어둔 미움 뒷장
네 이름이 적혀있었다는 것만을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