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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미움을 적다 보면 (1) 2022/10/19 PM 06:10


미움을 적다 보면 _ 박창선



미움을 적다 보면

흰 종이 한가득 채우다가도

까만 밤에 새벽빛 스며들듯

슬슬슬 지워보면

거뭇거뭇 남은 흔적

꼭 먹구름 같아

한바탕 쏟아붓고 나면 사라질

먹구름 같아


오늘은 울자

메마른 사막에 묻힌 씨앗도

기어이 피었듯이

삭막한 현실에 묻힌 인생도

보란 듯이 필 테니

오늘은 울자

갈라진 마음에

물 한번 뿌리자

가득 메운 먹구름 가시도록

시원하게 쏟아붓자


미워만 하기엔

고개숙인 네 얼굴이 너무 고우니까

미워만 하기엔

머리 위에 하늘이 너무 예쁘니까

내일은 웃자

미움 적신 종이

꾸깃 접어 던지고

내일은 활짝 웃자

떠오르는 태양처럼

눈부시게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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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자
[단편_습작모음] [시] 고프다 (0) 2022/10/18 PM 05:23


고프다 _ 박창선



 년을 팔아도

삼천을 받지  한다니

금덩이를 내민다면

십 년은 기꺼이 주어야지

맨입으로 달라 하는 너보단

양심적이지 않니?


비어버린 술잔처럼

부품 꿈은 터트린지 오래인데

우린 

아직도 추락하고 있을까

이제는 답해줄 선생님도 없어서

너는 그토록 기도 하나보다


돌아오는 다리에는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는 말들만 가득

호수에 비친 얼굴

한참을 바라봐도

누구인지 모르겠어

휘청휘청 걷노라면

달이 퐁당 빠진 호수

나도 풍덩 뛰어들고프다


배고프다

비우면 채우고

비우면 채웠어도

하루가

그리고  하루가

너무도 허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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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무덤덤 (0) 2022/10/11 PM 06:11

무덤덤 _ 박창선


가슴 팍이 붉게 젖어가도
아프지가 않다

무뎌진 날이
후비고 간 기억처럼
짓뭉개진 꽃잎
봄이 어지럽게 흩뿌려진 방은
패어진 흔적을 모두 간직한 달
아물지 못한 채 맴도는 서글픈 달

정처 없는 걸음 뒤엔
어째 선가 눈물이 떨어졌고
그마저도 내 것은 아니었단 현실만이
차갑게, 아주 시리게
삶을 일깨우곤 했다

"이것이 마지막 이별은 아닐 거야"
네가 남기고 간 잔인한 온기
차라리 얼어붙었다면 좋았을
응어리를 핥으며
외로움을 적셔본다

따르릉 따르르릉
아, 전화기가 울린다
어서 빨리 허우적거려
뻔한 답을 내어야 해
"잘 지내요"
언제고, 언제고, 언제까지고
변치 않을 답을 내어야 해

흠뻑 젖은 가슴 팍엔
선명하게 붉은 꽃이
아름드리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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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명백한 사인 (0) 2022/10/06 PM 04:38

명백한 사인 _ 박창선


나는 방 한구석에서
당신의 죽음을 들었습니다
명백한 사인에도
불투명한 이유가 남았습니다
무엇이 당신을 죽게 했는지요

기자는 제멋대로 살을 붙였고
후보는 저마다의 변명을 붙였습니다
명백한 사인에도
수습되지 못 한 삶이 남았습니다
누가 당신을 죽게 했는지요

나는 삶 한구석에서
당신의 당선을 들었습니다
근소한 표 차에도
불끈 쥔 주먹에는 독선이 담겼습니다
무엇이 우리를 죽게 하는지요

범인이 존재하지 않는 살해 현장
무심한 소문에 덮인 절규만이 남은 곳
TV를 끄고서야 비로소 당신의 죽음을 보았습니다
희뿌연 창문을 닦고서야 비로소 우리의 멸망이 보였습니다

열차는 멈출 기미가 없습니다
쏟아지는 죽음을 태우며
약속된 멸망을 향해
시커먼 상처를 그으며
미친 듯이
그래요, 미친 듯이 달릴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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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군살 (0) 2022/10/01 PM 06:48


군살 _ 박창선



뒤룩뒤룩 살찐 마음

비추는 거울에

덕지덕지 붙은 혐오는

제 얼굴에 침 뱉기

손가락은 누굴 가리키고 있는지

거울은 어떤 말도 없다

깨버리자 거울은 몽땅

챙그랑 챙그랑

보기 싫은 미움이

조각조각 나도록


동그라미 스무 번 그린 후에

실컷 미워하는 대신

실컷 울어버리기로 했다

뱉은 침은 흉물일 뿐이지만

고인 눈물은 양분이 될 테니

뿌리내린 꽃으로 피어볼까

철옹성 같은 문도

실컷 두드리고 나면

시가 되겠지


청춘은 여전히 마음을 두드린다

똑똑,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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