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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마음을 묻다 (0) 2024/04/08 PM 06:21

마음을 묻다



고개를 들어도, 숙여도

도통 보이질 않는 내 마음.

덥수룩한 머리카락 그늘져도

너에게는 훤히 보였겠지.


내게도 잘 보였다.

흔들림 없는 눈동자 속

금방이라도 넘쳐흐를 듯

출렁이던 네 마음.


그 마음이 머무르기에

내 마음엔 폭풍이 불었나.

내가 망설이던 사이

너는 꽃잎처럼 사라졌다.


나는 여전히 위태로운지.

너는 다른 품에 맘껏 울었는지.

바람에게 자꾸만 되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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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미루었던 것들에게 (0) 2024/04/04 PM 05:02

미루었던 것들에게



대청소를 했습니다.

시험 기간은 아니었습니다.

시험도 딱히 없습니다.

사실 대청소는 아니었습니다.

창고 정리를 했습니다.

정확히 창고도 아니었습니다.

방 안에 나뒹굴던 자잘한 잡동사니들을 모왔을 뿐입니다.

모으고 보니 오래되기도 했습니다.

반짝이던 녀석은 녹이 슬었습니다.

참 몹쓸 짓을 해버렸습니다.

재활용이라도 될까 싶어 분류해봤습니다.

이마저도 뻔뻔한 자기 위로인 듯 싶습니다.

고철과 폐지가 되어버린 세월이

원망을 쏟아낸다면 잠자코 들어줘야겠습니다.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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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해진 수건 (0) 2024/04/02 PM 05:47

해진 수건



마른 수건이 되었다면,

다시 또 닦아야지.


바닥을 닦다보면

때묻고, 구겨져

먹구름 되어도,

한바탕 쏟아내면

햇살을 받아들일 테니까.

그땐 또 포근해져 볼까.


얼룩은 남아,

새하얗진 않겠지만.

구김은 남아,

반듯하진 않겠지만.

다시 또 닦아줄 테니.

너는 여기서 울도록 해.


나는 내일도

시를 내려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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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연필 한 자루 (1) 2024/03/26 PM 05:24

연필 한 자루



빠알간 자동차도 칠해보고,

파아란 비행기도 칠해보고,

샛노란 병아리도 칠해보고,

다홍색 단풍잎도 칠해보고,

크레파스 손에 쥐고

거침없이 덧칠하던 아이는

색을 잃은 어른이 되어 버렸다.


어떻게 전해야 할까.

하이얀 도화지 가득

꿈을 칠하던 아이에게

자동차도, 비행기도, 병아리도, 단풍잎도

무엇 하나 가진 것 없는 어른이 되었다고

어떻게 전해야 하나.


훌쩍이는 나에게

너는 도화지의 뒷장을 보여주며

짜리몽땅한 연필을 건네주네.

그래, 아이야.

연필 한 자루는 남았으니

세상 그리지 못할 것은 없겠구나.


나는 너에게

다시금 구름을 선물해 본다.

빠알간, 파아란, 샛노란 가득 담긴 구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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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윅 -
[단편_습작모음] [시] 들개 (0) 2024/03/25 PM 05:14

들개



족보 없는 똥개처럼

서로의 체취를 탐닉했다.

목줄 없는 들개처럼

손쉬운 욕망에 충실했다.

싫증 난 장난감을 버리듯

철없는 이별을 반복했지만,

제일 먼저 내 손을 뿌리친 건

너무도 숭고한 단어였기에

나는 마음껏 모독할 수 있었다.

어찌, 나를 벌할 건가요.


어른들은 모두 거짓말쟁이.

열 밤을 자도 돌아오지 않았고,

스물이 지나도 해가 뜨지 않았다.

삼십이 되지 않을 거라던 왕자님은

마법에 걸린 개구리처럼 개굴개굴

미안하네요, 공주님이 아니라

혀를 섞어봤자 구역질만 차오르겠죠.

하지만 나도 거짓말쟁이.

괜찮다며 웃음 짓고,

필요 없다 손사래 쳐도,

내심 바라는 꿈같은 기적.

어찌, 나를 구할 건가요.


멋대로 떠나간 당신처럼

멋대로 길어진 머리카락.

거울 속 당신이 뚜렷해질수록,

나를 사랑할 자신이 없다.

밤마다 울던 당신이 떠올라

꾹 참고, 꾹 참으며 살아왔는데,

기어코 울음이 터져 나오면

더 이상 사랑할 자신이 없다.

밤마다 잘라내는 머리카락.

어찌, 그대는 사랑해 줄 건가요.


어찌 그대는 나에게, 기다림을 줄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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