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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종의 몰락 _v2.0 (1) 2024/08/28 PM 09:24

종의 몰락



가난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었다지만

바닥을 기는 것은 그놈이 그놈 같아.

어제 온 바퀴벌레가 아니라 항변한들

뺨 맞고 내쫓기는 게 일상이지.


불행도 알약처럼 셀 수 있었으면 좋겠어.

떨어지면 채워지고, 떨어지면 채워지더라도.

어렴풋이 눈 뜨면 창밖은 왜 그리 밝은지.

가끔은 모든 게 무너져버렸으면 좋겠어.

실없는 상상이나 하며 낄낄거리다가도.

종의 몰락이 나의 승리가 아님에

욕지거리만 내뱉으며 가라앉지.


바닥을 기는 불결한 것을 혐오해 보세요.

불결한 바닥을 기는 것을 연민해 보세요.

불결한 바닥을 기는 것을 혐오해 보세요.

바닥을 기는 불결한 것을 연민해 보세요.


너무도 흡사해 구분할 수 없는 것들은

드글드글할 정도로 넘쳐 보이고

징글징글할 정도로 질겨 보이지만

어제 본 바퀴벌레는 이미 이 세상을 떠났는걸.

신문배달부의 부고처럼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겠지만.


나의 패배가 종의 몰락이 아님에 안심하다가도

가끔은 변치 않는 그 사실이 너무 분해.

만취된 그들 앞을 보란 듯이 스치곤 해.

잔반이 가득한 식탁 위를 지나치면

화들짝 놀라 손바닥을 내려치곤 하지.

난장판이 된 꼴을 보며 한참을 웃다

저들의 건배를 외쳐본다.

종의 부흥을 위하여!



-

퇴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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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 부드러운    친구신청

신문배달부라니 오랜만에 보는 단어네요. 아직도 존재하는 직업일텐데 어쩐지 생경하군요. 잘 봤습니다.
[단편_습작모음] [시] 애완세대 (0) 2024/08/23 PM 05:38

애완세대



거세당해버린 세대를 아십니까.

짖지 말라 다그치다 못해

성대마저 자른 탓에

악다구니 한 번 쓰지 못하고

목 매인 세대를 아십니까.


말뚝에 묶인 짐승을 아십니까.

불어난 덩치가 버겁다 합니다.

굵어진 송곳니가 두렵다 합니다.

밖 바람보다 더 차가운 눈길에

얼어붙은 짐승을 아십니까.


만들어진 괴물을 아십니까.

자르고 뜯어내고 꿰매어

원하는 모습대로 붙였잖습니까.

실패라고 낙인 찍혀

버림받은 짐승을, 당신은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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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젖지 않을 나이까지 (0) 2024/08/20 PM 06:04

젖지 않을 나이까지



토닥이면

흘러넘칠 것만 같아.

괜찮다며

차디찬 벽에 기대어봅니다.


그런 표정 짓지 말아요.

나도 사랑해 본 적이 있는걸요.

그대로 뒤돌아 먼저 가세요.


나는 조금 더 머물다

타닥이던 모닥불이 꺼지고

훌쩍이던 별빛도 멎으면

흠뻑 젖은 모래밭 한편에

"행복했다" 적어 두고 갈게요.


서로의 일상으로

서로 다른 걸음으로.


사랑에 젖지 않을 나이가 되면

한번쯤 마주쳐 보아요.

그때까지는, 안녕히,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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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이상기후 (1) 2024/08/09 PM 06:49

이상기후



우리가 헤매는 것은

여태껏 본 적 없는

이상기후 때문일까.


눈물 한 방울 흐르지 않는 것은 폭염 때문일까.

손 내밀어도 잡히지 않는 것은 폭풍 때문일까.

악을 써도 메아리 치지 않는 것은 폭우 때문일까.


어제는 숨 막힐듯 메마른 날이었다가

오늘은 몸 가누기도 힘든 바람이었다가

내일은 눈 뜨기 조차 버거운 비가 되겠지.


우리는 뒤엉킨 계절 속에

피고 지는 법을 잊은 꽃봉오리.

슬며시 내밀어본 잎사귀는

때이른 한파에 바스라진다.


누구도 겪어본 적 없는

이상기후 때문일까.

우리는 왜 이리 멀어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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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좀못생겨서킄킄    친구신청

이상기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단편_습작모음] [시] 평범한 저녁 (0) 2024/07/23 PM 07:54

평범한 저녁



우리의 낮을 가졌다면

저녁은 돌려주어야지.


다녀왔어 포옹하고

갓 지은 밥 나눠먹고

노을 지는 숲 거닐며

사랑한다 속삭일

저녁을 주어야지.


애달프다.

닿지 않을 평범함이라니.

악을 쓰며 기어오르던

그 친구는 보통이 되었을까.

이따금 들려오는 비보에

울적한 마음 털어버리려

하늘을 올려봐도

차디찬 달밖에 없다.


길게 늘어진 그림자는

쉼 없이 흔들리고

관성처럼 맴돌며

흘린 것이 너무도 많아.

무엇부터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다시 마주칠 수 있다면

그땐 너를 불러볼까.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보면

조금은 사람다워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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