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단 출신이지만, 군기 순찰이나 사복헌병으로 탈영병을 접한것은 아니고요.
첫 자대 배치 받은 곳의 제 선임이었던 사람이 탈영했던 이야기 입니다.
수방사 헌병들은 청와대 경호헌병이나 행사 위주의 7헌병대를 제외하면 분기에 한번씩 사령부주둔지와 검문소를 오고 가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습니다.
당시 저는 후반기 교육이 끝나고 자대배치를 받았는데 마침 시기가 검문소 시기라 한강변의 XX검문소로 배정받아 이동하게되었죠.
사건은 제가 오기 직전 마무리가 되었는데, 후에 짬먹고 제가 들은 전말은 이렇습니다.
저보다 약 한달정도 먼저 입대한 ㅇㄷㅊ씨는 흔히 말하는 '폐급'이었나봅니다. 적응도 잘 못하고 암기나 근무도 제대로 못해서 갈굼당하는 일이 많았다고 하더군요.
그러던 어느날 크게 갈굼받은 다음날부터 갑자기 ㅇㄷㅊ씨가 사라졌습니다. 안좋은 낌새가 느껴지긴 했었다고 당시 선임들은 이야기했습니다.
근데 이게 묘한 것이 저희 검문소의 경우 마포나 영동 같은 곳처럼 탈영하기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제가 있던 XX 검문소는 신호등 조차없는 순환도로 옆이고 허허 벌판이나 마찬가지라 휴가 나갈 때도 군복입고 지나가는 고속버스기사님들께 인사하고 타고 나가야할 정도로 외진 곳이었다는 점에 있습니다.
물론 CCTV로 24시간 상황실에서 감시되고 있는건 어느 곳이나 기본적인 사항이구요.
그래서 난리가 나서 사복 헌병들에게 수사의뢰도 넣고 검문소 주변을 수색해보고 하는데 영 발견이 되지 않더랍니다.
사복 헌병이었던 제 동기의 말에 의하면 게임이나 이메일에 로그인만해도, 어디든 전화 한통화만 해도, 집에 들어가기만 해도 정보망에 걸린다는데 그런게 전혀 없었답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도록 발견이 안되던 탈주병 ㅇㄷㅊ씨는 놀랍게도 새벽에 밥 지으려고 준비하던 검문소 취사병에 의해 발견이 되는데요.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주방에서 뭘 줏어먹으려다가 걸린 것이었습니다.
결국 새벽에 초소장부터 시작해서 전부 기상해 붙잡아 놓고, 본 부대에 보고까지 한 후 일주일간의 행적을 들어보니 기가 막히게도 ㅇㄷㅊ 씨는 검문소 내부의 물탱크(!!)에 숨어있었다고 하더군요.
이 물탱크가 하수 처리용은 아니고 화재시 소화용 물탱크인데, 고 근래 청소를 위해 마침 물이 빠져있는 상태였던 겁니다.
다만, 검문소 내부도 철저하게 뒤졌던 저희가 왜 물탱크를 놓쳤는가 하면.. 사람이 들어갈만한 위치와 구조와 사이즈가 아니었다는 데에 있었습니다.
심지어 그 근처에 가서도 '저기에 사람이 어떻게 들어가?' 라고 생각해버리고 말 정도였으니까요. 2m도 안되는 거리에 있는데 말이죠.
아무것도 안하고 안먹고 일주일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한편 그 정도로 군대가 싫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결국 그 분은 징벌위원회 소집 후 맑고 고운 소리를 내는 곳에 끌려가 다른 부대와 다른 보직을 부여받고 전출을 갔습니다. px병이었나 뭐였나.
제가 전역할 때까지 이 분 이상의 전설은 저희 부대에 없었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