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입니다.
며칠 전에 어무이한테 전화가 왔는데, 본인이 그간 동네 딸기농장에서 품앗이를 해서 번 돈이나 용돈 드린거 등등 모아둔 게 있는데 어떤 사정이 있어서 저에게 잠시 맡기겠다는 얘기를 하셨습니다. 그러시라 하고 계좌번호를 알려드렸어요.
그리고 며칠 있다가 다시 전화가 왔는데...조만간 입금을 하긴 할건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고 그냥 저보고 필요한일 생기면 쓰라는 겁니다. 내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왜그러시냐고 여쭈었더니, 뭐 그냥...정신 멀쩡할 때 돈문제 같은건 해결해야지 안 그러면 어디다 뒀는지도 모르고 영영 잃어버린다는 말씀을 하시네요. 몇 년 전에 이미 상조에 가입해서 스스로 요금을 내고 계신다고 하셨을때도 많이 놀랐는데 그 두번째가 됐네요.
그걸 들으니 문득 이제 연세도 칠순인 고령의 부모님을 여의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를 새삼 느끼게 돼서 슬프고, 언제 떠나실 지 모른다는 불안한 감정에 휩싸였습니다.
그러고 또 며칠이 지난 오늘. 처음으로 마음먹고 미소녀 피규어를 사보려(카토 이 요망한...) 각종 웹브라우저랑 싸우다 결제를 하러 모바일 뱅킹앱을 실행시켰는데 뭔가 평소 보던 통장잔고가 아닌겁니다. 내역을 봤더니 어머니께서 1500만원을 입금하셨네요.
액수가 커서 많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왜냐면 저희 집이 결코 부자가 아니거든요. 유복의 유정도만 됐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면서 태어나서부터 후미진 시골마을에 계속 살았었습니다.(그렇다고 딱히 굶거나 빚을 지거나 할 정도로 가난에 찌들어살지는 않음)
아버지는 공장다니시고 어머니는 가사도우미로 돈을 버셨어요.
저와는 다르게 두분 다 성실하시고 검소하셔서 집도 사시고(지방이지만) 했지만 집은 집일 뿐이고 칠순이 되셔서도 생활비를 위해 이 일 저 일 하시거든요. 게다가 여기저기 자주 아프셔서 병원도 많이 약도 많이 드시거든요.
그게 다 씀씀이가 배보다 큰 저와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하는 일마다 잘 안 되는 형의 탓으로 금전적으로 도움을 못 드려 편안한 말년을 보내지 못하시는거고, 정말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살고 있는데 저런 큰 돈까지 받는다는건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고생고생해서 모은 돈으로 사신 집을 그냥 팔아 그 돈으로 남은 여생 유유자적-까진 아니어도 힘들여 일하진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요...(그 집은 형과 저, 둘 중 먼저 결혼하는 쪽에 물려주신다 했는데 저희는 부모님 재산에 티끌만큼도 욕심이 없습니다)
아무튼 이런 마당인데 이런 큰 돈이 왔으니, 이걸 어쩌면 좋지...형과 논의를 해서 해결방안을 찾을까...아님 그냥 돌려드릴까, 아님 매달 백만원씩 용돈으로 드릴까, 등등 머리가 너무 복잡하네요.
어머니가 몰래 주신거라 이걸로 가족회의를 열 수도 없고 아 어쩜좋지 어쩜좋을까요 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