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아침에 갓 오브 워 어센션 게시물에는 "자막만 한글화 해달라"는 리플이 달려 "더빙 좋아""더빙 싫어"의 대립구도를 보이는 댓글 릴레이가 펼쳐졌어요. 물론 저도 "더빙 좋아" 편에 서서 동참 했죠.
사실 외화에 한해서는 설문 조사자의 70%가 더빙을 싫어한다는 결과도 있었고...
이쪽 서브컬쳐에 심취한 사람들에겐 더 높은 비율일거라 짐작되는 바, 저같이 더빙을 좋아한다는 쪽이 비주류인건 확실할겁니다.
그리고 비율이고 자시고를 떠나 그게 좋다 싫다는데 더 이상의 중요한건 있을 수 없죠. 싫으면 평양감사도 마다하는거지.
하지만 안타까운건 어쩔 수 없습니다. 외국 캐릭터가 한국말을 한다는 것 자체에 색안경을 끼고 있으니 어지간히 좋지 않고선 무조건 싫다, 나쁘다 라고 인식되는 현실이요. 그리고 괜히 이런데 모니터링 하다가 반응 보고 더빙 취소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공격적으로 반대입장의 댓글을 달게 되구요.
저의 경우엔 꽤 더빙되는 일이 잦았던 90년대 중후반대 pc게임들을 하면서 자랐습니다. 그때 당시에도 느꼈지만 대부분 신인성우에 녹음 질도 낮은 경우가 태반이었죠. 그런 시절을 살아와서 그런가 요즘 나오는 게임에서 음질이 어떻네 저떻네 하는거, 사실 잘 모르겠어요. 다 좋게 들려서. 암튼 그렇게 살면서 성우 덕후(주로 한국)쪽으로 슬쩍 한쪽 발 정도만 담궈놓고 살았던 적도 있고 그러던 와중에...11년 전 아머드코어3사일런트 라인을 접하게 됩니다.
아는 성우라곤 오퍼레이터의 윤소라 씨 랑 브리핑의 중견성우분(이름 기억 안남;)정도 밖에 모르는 그런 성우진이었는데...처음으로 접한 아머드코어라 조작도 서툴고 난이도도 매우 높아서 공략 보면서 위태위태 진행을 했죠. 그러다가 수송기 호위 미션을 했습니다. 이게 아마 수송기의 피해를 최소화하면 뭔가 보상이 있었던 것 같은데...덕분에 엄청 진땀흘리며 했어요. 몇 번의 실패 끝에 수송기를 이륙시키고 패드를 놓는데 "고맙다. 레이븐."라는 대사가 나왔습니다. 저는 이때 충격을 받았어요. 게임이 아닌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은 듯한 느낌을 받아 기분이 좋다, 라고 느꼈거든요. 이 외에 아카이브 공습? 인가 하는 스테이지에서 악조건 속에서 적들을 물리치고 나니 적 ac가 등장하며 "대단한 실력이군. 하지만 거듭되는 전투로 지쳤을 터!"라는 대사를 듣고 심장이 쫀득해짐을 느껴봤구요.
주절주절 늘어놨지만 결론은 그겁니다. 더빙을 반대한다는 사람들도 나와 같은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거요.
언어를 따로 해석해서 이해하는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고 바로 와닿는 현지화는 참 대단한 몰입감을 안겨주거든요. 그래서 저는 블리자드의 현지화에 대한 입장을 격하게 공감합니다. 플레이어에게 게임 그 자체를 녹인다는 느낌이랄까요?
원작, 오리지널의 맛도 있지만 크리에이터가 추구하는 진정한 오리지널은 바로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