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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도둑님 (0) 2023/07/19 PM 04:38

도둑님



도둑이 떠난 자리에
주인들만 남아 다투고 있다
네 탓이네 네 탓이네


잡으라 보낸 경찰은 감감무소식
만만한 경비만 혼쭐내고
집값 떨어지니 묻어두잔 통장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네


기쁘다 시장님 오신 날
한 꼬마가 대뜸 삿대질하며
그때 그 도둑놈이다 소리치자
경찰들이 후다닥 달려와
저분이 누구신 줄 알고

호통치며 입을 막네
나라님이든 대감님이든
도둑질을 했으면 도둑놈이지
누구긴 누구겠어 도둑놈이지


시장이 떠난 자리에

주민들만 남아 다투고 있다

네 탓이네 네 탓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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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비에 젖지 않는 이 (0) 2023/07/17 PM 05:00

비에 젖지 않는 이




비행기가 높아
비가 보이지 않았던 걸까
귀띔해 줄 사람도 없던 걸까
나라가 물에 잠겼는데
나라님은 온데간데없다

권세에 취해

눈 길조차 주지 않으니

막을 둑도 터지고

건질 것도 놓치니

온 나라가 비탄에 잠겼다


비가 오지 않아도 내 탓
비가 너무 내려도 내 탓
탓이라도 하시라

고개 숙이는 것이 덕목이지만

보지 않아도 훤하고

듣지 않아도 뻔하다

허수아비 세워두고

네 탓이다 네 탓이다

한껏 꾸짖겠지


나도 너희들처럼
굿이라도 펼쳐볼까
자격 없는 자가 자리에 앉아
재앙이 닥쳤다고

무령이라도 흔들어볼까
악귀 놈들 헐레벌떡 뛰쳐나와
법봉을 휘두르도록

악귀 놈들 동네방네 뛰쳐나가

나팔을 불어 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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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떠밀린 자들은 방파제가 되었나요 (0) 2023/07/13 PM 07:23


떠밀린 자들은 방파제가 되었나요



떠밀린 자들은 방파제가 되었나요

철썩철썩 파도소리에 묻힌 비극이 되었나요


자유라는 끔찍한 경쟁 뒤로
공정이라는 얄팍한 믿음 뒤로

추락은 칼 꽂는 장난감처럼
징후 없이 불쑥 튀어 오르는데
값싼 눈물이라도 흘려줘요
그럴만했다는 잔인한 끄덕임 말고


날 곳을 정해서 태어나는 사람이 어디있나요

삶은 늘 그런 것 투성이잖아요


그만 그를 용서해줘요

우리는 언제든 밀려날 수 있기에

더는 떠내려가지 말라고

그물을 쳐두었잖아요


한데 그들은 방파제가 되었나요

허우적거리는 꼴이 우스운 광대가 되었나요


비극이 휘몰아친 다음엔
그다음엔, 또 그다음엔
두 손을 잡기 위해 존재하는 걸요
차디차게 놓아두지 말아요
어쩔 수 없다는 잔인한 끄덕임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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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침묵의 대가 (2) 2023/07/07 PM 04:54


침묵의 대가



뜻하지 않은 색으로 칠해질까
침묵하던 순간

사람이 떨어진다 절규하던 노동자는
흉기를 손에 든 무뢰배가 되었고
역사를 기억하라 가르치던 학자는
심기를 거스른 역도가 되었네

무뢰배는 누구인가
거나하게 취해 비틀거리며
가는 곳마다 행패를 부리는
진짜 깡패는 누구인가
역도는 누구인가
잇속에 눈멀어 민중을 기만하며
있는 것도 모자라 미래까지 내바치는
진짜 반역자는 누구인가

평등하다 믿는 자를
조롱하듯 군림하는 자가
법을 휘두르고
대의를 위해 희생하라
무책임하게 내뱉는 자가
키를 붙잡고 있다

하, 수상한 시절
흘린 피가 마르지도 않은 들판에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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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lfee디 알피    친구신청

독일 목사가 2차 대전 때 쓴 시는 무관심의 대가
정치적 무관심에 대한 최고의 시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그들이 사회민주당원들을 가두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그들이 노동 조합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노동 조합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그들이 유태인들에게 왔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유태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는,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치즈맛나쵸    친구신청

최고의 시죠.
요즘은 침묵을 넘어서 혐오까지 다다른 듯도 싶어요.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단편_습작모음] [시] 까마귀가 떨어졌다 (4) 2023/06/29 PM 04:40


까마귀가 떨어졌다


총소리가 울려퍼지자
새들은 파드득 날아가고
까마귀만 홀로 까악거리다
떨어졌다, 새하얀 바닥으로

시커먼 건
정이 가질 않아
온 동네방네
먹칠이나 했지
꽃잎 한 장
물어온 적 있던가
잘된 일이지
시커먼 게 줄었으니

맹랑한 것
귀여운 구석이 없어
밤낮없이
까악거리기나 했지
노래 한 곡
불러준 적 있던가
잘된 일이야
야단치던 게 줄었으니

까마귀 고놈 없으니
얼마나 좋아
시커먼 고놈 없으니
얼마나 좋아
찬란하고 아름다운 마을
오점 하나 없는 마을
아, 얼마나 좋아
섬뜩한 총소리가 어쨌든
흉측한 시체 잔해가 어쨌든
고것 참 잘된 일이지
백 번, 천 번 잘된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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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는 아닌데 이거 보니까 어릴때 지하 살았는데 갑자기 집 천장에서 자고있는데 사마귀 떨어져서

어 뭐야 xx 하면서 깻던거 생각나네요 어두워서 으악 하고 집어 던지고 불켰더니 사마귀여서 진짜

엄청 식겁했음

치즈맛나쵸    친구신청

어우 ㄷㄷㄷㄷ
저는 친구랑 별장(산 골에 허름한) 놀러갔다가
여치인지 뭔지 벌레들이 튀어나와서
도저히 못 자겠다 싶어서 도망쳤더랬죠.

루리웹-3108438937    친구신청

총때문이 아니라 바다 건너 골짜기 상황 보고 죽진 않고 멈춘
마을에서 자주 큰소리치고 다니는 양아치 집단은 얼핏보면 오점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굉장히 질 나쁘고 형편없는
헛소리해서 죄송합니다;;

치즈맛나쵸    친구신청

죄송하긴요. 어떤 의견이든 나름의 감상은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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