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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관찰 일기 (0) 2023/05/15 PM 08:48

관찰 일기




비비 꼬인 사람들

코끼리를 바라보기 위해선 한참을 걸어야 할 거야

코앞에 붙어서는 다리밖에 볼 수 없을 테니까

코끼리 다리 전문가만큼 왜곡된 자격이 어딨겠어


비비 꼬인 사람들

남들도 너만큼이나 독해질 수 있다는 걸 알려나 몰라

한 걸음 뒤로 물러나게 할수록 고독해진다는 걸 알려나 몰라

이 구역 미친년만큼 한심한 자부심이 어딨겠어


비비 꼬인 사람들

깎아낸들, 모욕한들, 빛날 수나 있겠어

타올라야 빛난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잖아

별이 진다고 채워질 거란 허망한 자신이 어딨겠어


틈바구니 속 퍼지는 악취처럼

근원지를 알 수 없는 악의는

보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난다

체취가 되어버린 악귀들은

온종일 그물을 서성거리지만

거미가 다가오는 건 꿈에도 모를 거야

와그작 씹히는 순간에도 악다구니를 부리겠지

진실을 바란다며, 진실을 바란다며

믿고 싶은 대로 믿고 싶은 진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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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눈뭉치 (0) 2023/05/09 PM 09:46

눈뭉치



부스러기는 쉬이 녹는다길래

얼싸안아 겨울을 버텼네

봄이란 걸 한번 보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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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완벽한 모조 (0) 2023/04/28 PM 05:14


완벽한 모조



닮지 않으려 애쓰는 나와

닮으려 애쓰는 네가

이내 마주치리란 운명이

나를 슬프게 하고

또 나를 설레게 한다


힘겹게 엮어낸 단어를

아득히 초월할 완벽한 모조

방직기가 뿜어낸 천처럼

이내 삶을 휘감고 말 텐데

손 빈 공인(工人)처럼

망치라도 들어야 하나

발 빠른 상인처럼

수제라고 포장해야 하나


허둥지둥하는 사이

성큼 다가온 물결

거친 소용돌이 되어

찢고, 삼키고, 깨부수겠지

탄생과도 같던 울음이 그치면

아픔은 백사장 되어

또다시 뭇사람들의 발자국을 품을 테니

그건 참 슬픈 일이고

그건 참 설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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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밤은 길다 (0) 2023/04/06 PM 07:20


밤은 길다 _ 박창선



숨이 막혀올 때면

개구리처럼 폴짝 뛰쳐나가

금붕어처럼 뻐끔거리다

술꾼처럼 부끄러워진다


잠이 오지 않을 때면

물고기처럼 펄떡여도 보고

고양이처럼 서성여도 보고

시인처럼 투정을 부려본다


말똥말똥 별아 달아

어쩌자고 베갯잇을 적셨니

흘려보내기엔

밤이 깊어 이웃에게 폐가 될 텐데

토닥이려면

닿지 않을 달로 보내주겠니

밤은 기니, 밤은 기니, 밤은 기니


숨이 막혀올 때면

아이처럼 울어도 보고

아이처럼 누워도 보고

아이처럼 눈 감아 본다


아아, 어쩌자고 어른이 된 걸까

밤은 길고, 밤은 길고, 밤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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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바다와 하늘의 빛깔 (0) 2023/03/09 PM 08:09


바다와 하늘의 빛깔 _ 박창선



바다, 밑바닥으로

어지는 빛깔만큼이나

우울은 참 다채롭다

추락에는 반드시 끝이 있기에

흙먼지로 쿨럭여도

잠시 눈 붙일 바닥


눈물은 모두

바다에게 주었다면

있는 힘껏 뛰쳐 오르자

구름 건너 마주칠

익숙하게 마셨던 짙음

그 푸름에 취해 떨어질지언정

언제고, 언제까지고

너는 별의 아이야


하찮게소중히

품어야 할 별의 이명

어쩌면 그것이 우리의 빛깔

푸름, 그 덧없고도 찬란한 빛깔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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