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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매미 울음 (0) 2023/02/21 PM 08:48


매미 울음 _ 박창선



TV  상인은

알록달록 포장한 환상을 판다

산다   없건만

귀청을 때리는 매미 울음처럼

자꾸만 그리 살라 한다


성공한 자의 그림자는

깊고 길어 핏자국을 가리고

못난 무리 곡성은

얕고 얇아 구름에 닿지 못한다

눈물은 눈에서만 떨어지고

TV  상인은

여전히 환상을 판다

달콤 하디 달콤한


누구나 그렇듯이

특별하고 싶었다

누구나 그렇듯이

평범하고 싶었다

누구나 그렇듯이

뒤처지기 싫었다

누구나 그렇듯이


환상을 삼킨 적 언제였는지

허우적거려도 잡아주는  하나 없다

하나  역시 내민 손들 무수히 쳐내며 살아오지 않았던가

외딴 방에 유배되어 버린 후에야

지친 영혼 하나   없다는 걸 알았네

눈물도 메말라버릴 지독한 여름이 되고야 깨달았네


창문에 붙은 매미는

참으로 열렬히 환상을 판다

나 나는  이상 울지 않으련다

기나긴 여름이 멎을 때까지

나는  이상 울지 않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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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갈피 (0) 2023/02/15 PM 04:46

갈피 _ 박창선


문득, 떨어진 사진 한편에
너의 흔적이 남았다
귀퉁이에 걸린 흐릿함이
어째선지 너라고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
모질게 난도질한 추억이 무색하게도
나는, 여전히 너를 앓고 있다

묻어버린 시간은
기어이 싹을 틔우고
흘려버린 눈물은
기어이 꽃을 피웠다
팔랑이는 날갯짓 한 번에
와르르 무너져 버릴 거였다면
사랑했다 말해줄걸
내뱉지 못 한 진심이 메아리치며
나의 공허만을 증명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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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종의 몰락 (0) 2023/02/01 PM 09:22


종의 몰락



불행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었다지만

바닥을 기는 것은 고놈이 고놈 같아

어제 온 바퀴벌레가 아니라 항변한들

내쫓기는 게 일상이지


불행도 알약처럼 셀 수 있었으면 좋겠어

떨어지면 채우고 또 떨어지면 채워야 할지라도

어렴풋이 눈 뜨면 왜 그리 밝은지

가끔은 모든 게 무너져버렸으면 좋겠어

실없는 상상하며 낄낄거리다가도

종의 몰락이 나의 승리가 아님을 깨닫곤 한없이 가라앉지


바닥을 기는 불결한 것을 혐오해보세요

불결한 바닥을 기는 것을 연민해보세요

불결한 바닥을 기는 것을 혐오해보세요

바닥을 기는 불결한 것을 연민해보세요


너무도 흡사해 구분할 수 없는 것들은

징글징글할 정도로 많아 보이고

끔찍할 정도로 질겨 보이지만

어제 본 바퀴벌레는 이미 먼 길을 떠났는걸

웃기지 않는 말장난처럼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겠지만


너의 죽음이 종의 몰락이 아님에 안심하다가도

가끔은 변치 않는 그 사실이 너무 분해

보란 듯이 스치곤 해

혐오로 범벅된 분노가 공허한 바닥을 울리도록

실패가 낳은 실패가 꼬리를 무는 울림이 되어

삐뚤어진 심성이 다시금 취하도록

기자! 종의 부흥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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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진통제 (0) 2023/01/27 PM 05:30


진통제 _ 박창선



무책임한 단어의 나열을 삼키며

무너져 내리는 몸을 잡아끈다

처방전에 적힌 노력이란 두 글자는 어찌나 쓴 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게워내고 말았다


어쩌면 예비가 아닐지도 몰라

다른 이의 부서짐만을 고대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우린 설계도 밖으로 버려졌을지 몰라

녹는 것만이 우리의 가치일까

섬뜩한 상상에 다시금 진통제를 깨물었다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

토닥여줄 당신도 잃은 채

아픔을 곱씹기엔

나는 너무도 여리고, 여렸나 보다

바닥에 널린 진통제를 움켜쥐어

깜빡이는 하루를 연장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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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마음껏 흔들리고 있습니까? (0) 2023/01/18 PM 04:52

마음껏 흔들리고 있습니까? _ 박창선


여전히 바람이 찹니다
당신은 마음껏 흔들리고 있습니까?

발도 말도 삶도
너무도 빨라진 탓에
안부를 묻는 것이
뭐 특별하겠습니까만
날이란 핑계로
이따금 물어봅니다
어찌, 마음껏 흔들리고 계신지요?

같은 하늘을 보면서도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고
같은 바다를 보면서도
부서지는 파도를 보았더랬죠
그래도 밤은 썩 좋았습니다
같은 별자리를 바라볼 수 있어서
떨어짐도 찬란했고
부서짐 마저도 눈부셨기에
그런 당신도 별은 좋다 하였습니다

영원과도 같던 밤도
새벽으로 칠해지면
청춘을 피우기 위해
우린 먼 길을 떠나야 합니다
멀어질 수 없는 세상에서
퍽 멀어져야 합니다
여전히 찬 바람에
어찌, 마음껏 흔들리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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