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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단역 (1) 2022/12/21 PM 05:07

단역 _ 박창선


내가 사는 동네에선
매일 같이 총소리가 들려
길거리 아이들이나
방구석 노인네들이나
모두가 쉽게 죽음을 얘기하지만
닥쳐오면 도망가기 바쁠 거면서
하지만 아닌 척해야지
이곳은 위험한 동네니까
너무도 위험한 동네니까

내가 사는 동네에선
매일 같이 총소리가 들려
가난에 찌든 자나
몸져 누운 자나
소리칠 힘없는 자들을
언제든 뜯어먹을 준비가 되어있지
잔인하게, 또 은밀하게
혹독한 겨울도 한시름 놓을 수 있겠어
이곳은 위험한 동네니까
너무도 위험한 동네니까

매일 같이 총소리가 들려
매일 같이 총소리가 들려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길 건너편에 유리창이 깨어져도
골목길 어귀에서 비명이 솟구쳐도
주머니에 한껏 손 찔러 넣고
빠른 걸음으로 빠져나가야 해
눈 마주치지 말고
눈 마주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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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꼴통    친구신청

기본적으로 사람사는 거나 짐승사는 거나 다를게 없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단편_습작모음] [시] 겨울에 산다면 (3) 2022/12/12 PM 04:34


겨울에 산다면 _ 박창선



겨울에 산다면

겨울에 산다면

너 나 없이 얼싸안아

자그마한 온기라도 나눠 보고

지독한 추위에 산다면

지독한 추위 산다면

너 나 없이 웅기중기

모닥불 곁에 앉아

낭만을 논하고

낭만을 논하고

또 낭만을 논해도

재가 되어 휘날릴 밤

그 밤이 저물도록 덧없이 이상을 논해도

갸륵하디 갸륵할 숭고함이라 부를 텐데

그러나 영원한 겨울은 없듯

불현듯 봄은 올 텐데

그때 나는 무슨 꽃을 피워야 하나

타들어가는 장작의 마음도 모르고

타오르는 불꽃이 아름답다 말하는

당신이 야속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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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KEY    친구신청

분명 들어올땐 AI였는데

치즈맛나쵸    친구신청

처음엔 이해 못해서 오류난 줄 ㅋㅋㅋㅋ
[ㅅㅣ] 입니다 ㅎㅎ

puogamza    친구신청

저도 또 ai가 어떻게 그려놨을까 하고 기대하고 들어왔어요
[단편_습작모음] 농담 (0) 2022/12/07 PM 08:19


농담



까치가 물고 온다던 소식은

지지직 울어대는 잡음과

뚜뚜뚜 뜻 모를 신호음 사이

아무동 A 씨의 사연처럼

정제되고 첨가된 것만 같이

한없이 새하얗고

한없이 달콤하다

그것은 분명 별처럼 반짝였지만

스르륵 녹고 말 허상이었기에

나는 오늘도 주파수를 이리저리 돌려본다

굴곡을 넘어 찾는 소식이 들릴까 싶어


살짝 번진 흑연과

빳빳한 종이에 내려앉은

계절의 내음이 그리워질 즈음

겨울 다람쥐처럼 독촉을 한껏 문 우편함에

분홍색 꽃잎을 닮은 손편지 하나가 놓여있었다

잠을 깨우는 알람처럼

마음을 흔드는 이 편지를 보낸 이는 누구일까

오래전 함께 뛰놀던 소꿉친구일까

우연히 마주칠 때면 수줍게 눈인사하던 동창일까

나만 모르는 낯선 인연일까

설렘으로 펼쳐본 손편지에는

거룩하신 하나님의 말씀만이 적혀있을 뿐이었다


선명하게 번진 외로움은

오늘도 실없는 웃음 짓는

나를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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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귀를 스치는 바람에 대하여 (1) 2022/12/01 PM 05:26


귀를 스치는 바람에 대하여 _ 박창선



고물 라디오에선 생전 처음 듣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무언가 특별히 이끌리는 점은 없었다

꽃이 흐드러진 화단에서, 그 단조로운 풍경 속에서

우연히 눈이 간 노란 꽃 한 송이처럼

더 화려하거나, 더 향기롭거나, 더 강렬할 것 없는

눈 감았다 뜨면 놓쳐버릴 바람이었다


나는 따분한 시간을 건너는 뱃사공처럼

유유히 흐르는 커피향에 섞여 바람이 멎고

이내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만을 기다렸지만

담배 냄새 짙게 풍기는 목소리는 끝끝내

그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

비밀은 사람을 홀린다고 했던가

덕분에 나는 우연히 만난 바람과 한동안 동행하게 되었다


모든 순간이 그렇듯

흥얼거림은 희미해져갔지만

네게도 어엿한 이름이 있겠지

모든 잊힌 것들이 그렇듯

네게도 어엿한 지은이가 있겠지

한 명이라도 들어주면 족해라고 말을 하면서도

정점이란 마음으로 마침표를 찍었을

우린 부끄러움을 내보일 만큼 용감하지 않으니까


고물 라디오는 오늘도 실컷 떠들고

시간을 표류하는 사공 쓰디쓴 커피를 기꺼이 삼킨다

담배 연기 뿌연 목소리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한바탕 실컷 떠든 후에야 노래를 튼다

여전히 낯선 노래를, 언제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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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yna R.S    친구신청

리듬감이 좋네요
[단편_습작모음] [시] 모닝콜 (0) 2022/11/22 PM 05:27

모닝콜 _ 박창선


공상가는 반드시 성공한다
그렇지 못한 공상가는 모두 죽었거든
이름 없는 무덤에는 소원을 들어주는 기계가 묻혀있고
어느 뒷골목의 굳게 닫힌 가게에선 타임머신을 판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지 못했기에 그는 공상가다

자, 이제 약을 먹을 시간이다
평생 깨지 않을 약
친절했던 의사 선생님이 주신 약이니까
틀림없이 낫게 될 거야
간절한 기대대로 기꺼이 삼켜야지
어쩌면 내가 드릴 유일한 성적표
부모님도 만족하실 거야
잊지 말고 서명란에 적어주세요
내 이름은 적어두었으니

소원을 들었던가
시간을 돌렸던가
약이 들었던가
퍼렇던 세상은 시커메졌다
아니, 어떤 것은 새하얗고
어떤 것은 노랗고, 빨갛고
그 어느 것도 새로운 색투성이지만
껍질을 떼어보니 여전히 시퍼렇다
불량품인 거야
모조리 불량품인 거야

엄마, 미안해요
난 여전히 살아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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