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의 정서라는게 참 흥미롭습니다.
이방인 취급을 받고, 자신의 고향을 그리워하고 그러면서도 자신들이 찾아낸 도시나 국가에서 기어코 자리를 잡습니다.
그리고 그들 중 하나가 되어 섞여가고 자기 자식들은 부모의 처럼 살지 말고 그들처럼 살아가길 바라죠.
한편으론 고향을 그리워하며 자신들의 뿌리를 잊지 말라고 자녀들에게 가르치기도 합니다.
현재 파친코 소설 1부의 30% 정도를 읽고 드라마를 3편까지 봤습니다.
책이 너무 술술 읽히고 재미있어서 천천히 읽고 있는데 드라마도 현재 소설의 분량까지 따라왔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농촌 시골에서 일자리가 없어 올라와 구로공단에서 일하시던 여공이었습니다.
고향에 태어난 조카들이 그리워 버스에서 눈물을 훔치고 혼자 하숙집에서 살아가던 아직 아가씨라고 불리기도
애매한 소녀였죠.
서울로 상경해 일하시던 아버지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달동네 작은 집에 하숙을 사는데 언덕길이 너무 힘들어
큰맘을 먹고 낡은 오토바이를 빌렸는데 주인집에서 집앞에 이딴걸 세워두면 어떻게 하냐면서 엄청나게 나무랐다고 하더군요.
답답한 마음에 밤중에 나와 서울을 내려다 보는데, 밝게 빛나는 수 많은 집들 가운데 내 집 하나 없구나 하는 생각에
서글퍼 졌다는 말씀을 하셨던게 생각납니다.
그렇게 자리를 잡아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정직하게 살아오며 많은것을 이루셨습니다.
사실상 현재의 저는 부모님의 고생 속에서 태어난 노력의 산물을 누리며 살아왔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런 자식의 결혼과 취업 작은 성공 하나 하나에 너무 기뻐하고 격려해주셨죠.
항상 염려하며 말이죠.
그래서 사실 유치하고 진부할지 모르는 그런 뻔한 부모님 세대 우리 조부모님 세대의 이야기 거기에 저 먼 타국의
우리 동포들 이야기에도 뭔가 가슴을 울리는 뭔가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조금 공감하기 힘드신 분들도 있을거라 생각하고, 부모 세대에게 물려받은거라곤 지독한 술주정과 나쁜 기억들만
가득한 분들고 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낮선 환경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역경을 이겨낸 우리 윗세대의 이야기라 생각하고 본다면
꽤 흥미롭고 아름다운 작품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시간나신다면 책을 추천드려요. 화면이 너무 이쁘고 드라마도 좋지만, 책 속에는 좀더 디테일한 정서들과
인물들의 생각이 녹아져 있더군요. 그 뒤에 드라마를 보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시대상을 담담하게 담아내지만 그 속에 녹아있는 설움과 고난이 잘 전될되더라구요
말씀하신대로 소설에 드라마의 전개상 생략되거나 빠르게 넘어가는 인물의 생각이나 정서가 보다 구체적으로 담겨있어 인물에 대한 이해나 몰입이 더 쉽저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