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터 흰둥이 턱 아래에 물혹같은게 잡히길래 오늘 동물병원에 갔어요.
흰둥이를 이동가방에 넣어 들고 가면서 사람들이 신기해하고 귀여워 하는 걸 보면 나름 으쓱하게 되고 그런 녀석인데...
병원에 도착하니 의사선생님이 임파선염인가? 하면서 피를 뽑아 보자고 하시고 검사를 하시는데 꽤 오래 검사를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흰둥이가 진료대에서 안 떨어지게 지켜보면서 멀뚱멀뚱 서있는데
마침 애완견을 데리고 온 가족들 중 어린이가 흰둥이를 보고 귀엽다귀엽다 뭐지뭐지 하면서 엄청난 관심을 보이는데서 또 새삼스레 흐뭇.
그러다가 의사선생님이 오셔서 검사결과를 보여주시면서 하는 말씀이
악성림프종이라고.....
가능한건 항암치료밖에 없는데 흰둥이 나이나 그런걸 보면 무작정 항암치료를 추천할 수도 없다고 하시더라구요.
3개월 치료하고 5개월 정도의 연명을 희망할 수 있다고...
그간 나이먹어서 그렇겠거니 했던 일련의 것들이 병의 증세였다니 참 착잡하고요.
진짜 흰둥이도 노령이라 이제 언제 죽어도 이상할 거 없다고 수없이 생각했고 죽으면 장례는 어떡할까 그런 생각도 많이 했었지만,
전혀 생각도 못했던 사건이 터져버리니 의사선생님 앞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라구요.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니 집에 가서 가족들이랑 상의해보고 오라셔서 구충제만 사갖고 오는데...
웃으면서 얘는 페릿이야:D 하던 아저씨가 울면서 나가는걸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오는길 내내 참아지질 않아서 울고...지나가던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봤을거예요 아마.
집에 와서 흰둥이는 자기가 아픈걸 아는지 모르는지 열심히 밥먹고 왔다갔다 하다가 벗어놓은 바지 속에 들어가서 자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냥 아픈 지 안 아픈 지도 모르고 사는것 같지만 고통이 시작되는 시기가 오면 어떻게 해야할 지...
중형차 한 대 값의 치료비가 나간다는데 지금 통장에 2000만원 남짓 밖에 안 들어 있어서 치료비가 감당이 될 지도 모르겠고,
고통이 시작되면 아프지 말고 편히 가라고 안락사를 시키는게 좋을지 여러모로 슬프고 복잡하고 그렇습니다.
주말도 없이 회사가있는 동안 돌봐줄 사람도 없는데 혼자 앓을거 생각하면 진짜 어떡해야 좋을지 모르겠네요.
저희 몽실이도 4살때 개복수술 후 조직검사 결과 악성 종양 판정을 받았는데요, 동맥에 협착되어서 수술이 너무 위험하고 불가능하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4년을 더 살았어요. 검사가 잘못된 것인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님도 다른 병원 한번 알아보시구요, 그리고 만약 확진을 받으신다고 해도 윗분들 말씀처럼 항암치료는 다시 생각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혹시 강남 kcc 근처 우성 동물병원 가셨나요? 하여간 좋은 소식 있길 바라겠습니다. 힘 내시구요.
벌써 6년도 넘게 같이 산 흰둥이.
다 크기 전에 나한테 맡겨진 녀석이라 어쩌면 7살 가까이 나이를 먹었을 지도 몰라요.
페릿은 수명이 6년에서 8년, 길면 10년 산다고 하니 이제 정말로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된거죠.
요즘들어 사료먹고 자주 토하는걸 보아 소화기능도 많이 떨어졌구나 싶어서 안쓰럽고 그래요.
같이 지낼 날이 그리 많지 않음을 실감할수록 그동안 더 잘해줄걸, 하는 맘이 커집니다.
사고치면 교육이라는 핑계로 심하게 혼냈었던것 너무 미안하고...쉬는 날 야외로 잘 데려가지 않아 늘 집안에서 혼자 놀게 한 것도 미안하고...
퇴근하고 집에 와서 컴컴한 방에 불을 켜면 안 개고 나간 이부자리 한가운데서 자다말고 깨서 고개를 반짝 들어 사람 온 거 반겨주고-
그냥 옆에 와서 의미를 알 수 없는 눈으로 가만 쳐다보거나 다리에 매달리거나 하는걸 보면 뭔가 부족한 마음의 무언가를 채워주는 힐러입죠.
특히 요즘은 아침마다 밥달라고 얼굴에 코를 대고 킁킁대서 잠을 깨우는데 덕분에 출근에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전엔 와서 킁킁대는 이유를 몰라서 무시하고 그냥 잤었는데(얼굴에 코 대기 시작한것도 최근의 일) 요즘은 바로바로 일어나 밥주고 다시 잡니다ㅋ
그래서 결론은 흰둥이랑 하루라도 더 오래 같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흰둥이 못 키우겠다고 분양 받아놓고 남에게 떠맡기고 떠맡긴 사람들 속으로 욕했었는데, 지금은 덕분에 흰둥이랑 살 수 있어서 고맙고 유기 시키지 않고 흘러흘러 안전하게 여기로 오게 해주신것도 고맙습니다.
예방접종 맞으러 병원 갔다가 병원에서 노니는 고양이가 흰둥이를 보고 조심스레 접근했다가 흰둥이가 킁킁거리며 접근하니 내뺌. 하지만 바로 다시 와서 관심을 가지던 못난고양이ㅋ
사진 찍으면서도 고양이가 흰둥이를 무는건 아닌가 하고 경계는 하고 있었네요. 그 전까지 고양이가 하얀 쥐 모양 장난감 갖고 놀고 있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