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이 지나고 감기에 걸려서 콜록대는 아기를 보며 출근 했습니다.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총알같이 흘러왔지만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탄생과 육아 과정이
너무 인상적이여서 루리웹 식구들에게 이야기 하고 싶어서 작성합니다.
아이의 탄생 순간으로 돌아갑니다.
진통은 10시간 가까이 계속되었는데 의사가 아기가 양수가 없는 상태이니
심박도 체크하면서 조금이라도 위험하면 바로 제왕절개를 하겠다 라고
선언하고 마지막가지 지켜보기로 했던 시간은 오후 6시
아내는 죽을듯이 비명을 지르며 힘을 주는것도 지쳐서 자포자기 상태였고
한 번만더 기운을 내본다며 힘을 주며 아이를 낳기 위해 소리지르고 있었습니다.
의사는 더이상 안되겠다며 손을 씻고 수술 준비에 들어가는 찰라에 아이가 툭
떨어지듯 나왔습니다.
간호사가 비명 지르듯이 아이가 나왔다는 사실을 "선생님! 선생님!" 부르며 알렸고
의사는 당황해서 다시 아내 곁으로 다가 옵니다.
정확히 오후 6시 2분 나오자마자 울어재끼는 아이를 보니 저는 어안이 벙벙하고
뽀족한 아이 머리에 순식간에 패닉 상태로 변합니다.
내가 너무 당황하거나 울면 아내는 어떨까 생각 때문에 태연하게 간호사의 지시를
받고 엄마를 안정시키기 위해 다시 눕히고 나는 아이를 받아든 간호사를 따라
침대 옆으로 갑니다.
다시봐도 뭔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머리는 외계인처럼 한족만 툭 튀어나온 뽀족한
상태고 눈은 뭔가 마이클 타이슨에게 한대 맞은 느낌으로 팅팅 부어 있습니다.
눈물이 날것 같습니다. 아이가 잘못된건가? 어떻게 하지? 내가 담배를 피니까 그런건가?
간접흡연은 최대한 조심했는데? 오만가지 생각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갑니다.
아내는 아이가 나온뒤로 고통이 거짓말처럼 깨끗하게 사라졌다며 신기해하며 몸을 추스리고
있습니다. 의사가 아내의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동안 저는 옆에서 탯줄이 연결된 아이를
바라보며 탯줄을 자르기 위해 준비 합니다.
순서가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간호사는 의무적인지 모를 아이 손가락 발가락
입천장 구멍 등을 확인하며 아이 상태를 저에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탯줄을 자르는데
곱창집에서 덜익은 곱창을 자르는 느낌입니다. 그 느낌이 너무 생경해서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시발 그래서 어쩌라고 지금 아기 상태가 이상하다고! 라고 소리지르고 싶은 마음과 반대로
죄송합니다. 저때문에 우리 아기가 뭔가 아프게 태어난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좋죠? 하며
울고 싶은 마음이 싸우고 있습니다.
아내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지 두려워서 아기가 잘못된것 같다고 어떻게 해야하냐고
말하고 싶지만 의사도 간호사도 너무 태연합니다.
나는 눈물이 고여서 앞이 안보일 지경이지만 울던 아기는 이내 진정하고 아내의 품에 안겨
잠이 듭니다.
이제 제가 하는 역활을 끝났다며 아내 몸속에 남아있는 태반을 꺼내고 출산하며 벌어진 부위를
꼬매는 작업을 시작하며 저는 방에서 나갑니다.
언제 아이가 나올지 모르니 집에서 편하게 기다리라고 돌려 보냈던 어머니는 이미 분만실
앞에서 울고 계십니다.
아니..친정엄마도 아니면서 뭘 그렇게 우시나.. 아이와 아내가 건강하다는 말에 어머니는 안도하시고
예정일보다 2주나 늦게 태어난 아기 때문에 말은 못해도 너무 걱정했다고 말하십니다.
간호사에게 아기 머리가 뽀족한거랑 눈이 이상한것 같다고 살며시 말하지만 막 태어나면 물에
팅팅 부어있는 느낌이니까 자연스러운거라고 이야기 합니다. 머리는 엄마 자궁을 통해 나오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뽀족해 지는거지 금방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그 말에 안도하며 아 이렇게 모자른놈도 아빠 소리를 듣는구나 싶어서 한숨을 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