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팔 년 쯤 전에 아무도 모른다를 보고 이 솟은 눈썹과 강렬한 눈매를 가진 어린 친구는 시작부터 강렬해서 나중에 선이 굵은 진중한 연기를 하는 대배우가 되겠구나 싶었는데, 거의 맞췄습니다. 거의요.
이처럼...뭐랄까...생각치도 못했던 곳에서 불쑥불쑥 등장하는...그런 어떤 면에서는 평범한 일본 배우가 되었습니다.
연기가 평범하다는 게 아니라 진짜 아무 배역이나 다 맡는 그 일본 방송가의 평범함이요ㅋㅋ
이런 연기파 신진배우들이 저런 촌스럽고 우스꽝스러운 배역을 맡는 데에 소속사의 입김인지, 감독 혹은 프로듀서와의 친분인지 등등의 이유가 있겠지만 정우성이 -겨우-똥개를 찍으면서 '망가졌다'는 표현을 들을 정도로 배역에 보수적인 한국 연예계만 봐왔던 저로서는 정말이지 신기하기 그지없어요.
뭐...애초에 한국에서 미남미녀 배우들이 캐릭터 체인지 해봤자 진지하고 잘생긴 선역에서 진지하고 잘생긴 악역 정도? 뿐인 것만 만들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한국 영화나 드라마는 그런 배우들 써서 코미디나 가벼운 거 거의 안 만드니까.
정우성이 짐승탈 알바로 나오고 강동원이 뜨내기 노숙자로, 원빈이 사채업자 밑의 일 못하는 일수꾼으로...뭐 이런 상상을 해봐도 -저는-재밌을거 같은데 이뤄질만한 상상은 아니죠. 사실 그 외모를 그렇게 쓰는 것도 낭비이고.
뭐 암튼 배역이랑 작품 선정하는데 너무 진지해서 십년 넘게 단 한 작품도 안 찍는 배우들도 있는거 보면 아무거나 막 시키는 일본 쪽 시스템을 약간은 가져와야잖나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