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훈 MY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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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다시 읽기] [당신들의 천국] 다시 읽기-part01. (0) 2023/01/26 AM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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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에 [브이 포 벤데타]가 있다면 소설에서는 [당신들의 천국]이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이 작품을 독재의 탄생과 몰락에 대해 심도 깊게 다룬 작품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첫 장면에서 작가는 주인공인 조백헌 원장이 이전의 원장들과는 사뭇 다른 성격의 인물임을 강조합니다.

이전의 원장들이 관료적이었다면, 조 원장은 실무적이고 실천적인 인물입니다. 자연스럽게 소록도에 변화가 일어날 거란 기대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기존의 해석에서는 조 원장을 '사랑으로 섬을 다스린 최초의 원장', 즉 '선한 인물'로 평가합니다. 하지만 저는 '처음에는 달랐지만 마지막에는 똑같은 독재자가 되어 결국 지배자는 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원장', 즉 '악한 인물'로 평가합니다.

따라서 첫 장면 역시 '견제가 없는 시스템 속에느 모든 지배자는 결국에는 독재자로 변한다.'라는 이 소설의 주제를 더욱 강조하기 위한 설정으로 봅니다.


여기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처럼 하나의 질문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작가는 왜 후반부에서 갑작스럽게

조백헌 원장을 선한 인물로 포장해야 했는가?'


여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 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제가 보는 이 소설의 갈등 구조는 이렇습니다.


1부 : 조백헌 원장 VS 주정수 원장

2부 : 조백헌 원장 VS 조백헌 원장을 제외한 모든 인물 + 자연

3부 : 조백헌 원장 VS 새로운 원장


이건 이렇게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1부 : 조백헌 원장 VS 과거

2부 : 조백헌 원장 VS 현재

3부 : 조백헌 원장 VS 미래


또 하나, 우리는 조백헌 원장의 직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의무장교입니다. 즉, 군인 + 의사이지요.

이 두 직업은 서로 정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백헌 원장은 무엇으로서 이 섬에 부임한 것일까요?

그 답은 8페이지에 나옵니다.

조백헌 원장은 철저하게 군인으로만 행동하기 때문에 그의 부하직원들

역시 그의 앞에서 부동자세를 취하며 군인처럼 행동하게 됩니다.

운전석 옆자리에 앉는다는 것은 그가 뼛속까지 군인임을 보여주는 설정입니다. 승용차와 군용차는 상석이 다르지요.


소록도의 지배자로 부임한 조 원장은 군인답게 전쟁을 통해 환자들을 구원하려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 전쟁의 대상은 누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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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론과 돼지-다시 읽기] [필론과 돼지] 다시 읽기-part07-외적 갈등과 주인공의 태도. (0) 2023/01/25 PM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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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외적 갈등만 본다면 검은 각반은 패했고 제대병들은 승리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기존의 해석에서는 이 작품을 군사독재에 대한 비판으로 봅니다. 하지만 어딘가 석연치 않습니다.

분명히 제대병들이 외적 갈등에서 승리하고 열차안은 민주화가 됩니다.
하지만 그 민주주의의 모습은 광기와 폭력이고, 지켜보던 주인공은 오히려 민주주의에 강한 혐오감을 느낍니다.

아마도 그는 이 열차칸에서 그런 생각을 하는 유일한 인물일 것입니다.
그런데 작가는 하필 그 인물을 주인공으로 설정했습니다.
(이 공식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작가의 의도는 외적 갈등에 있을까요, 주인공의 태도에 있을까요?'

이렇게 자신의 침묵을 합리화할 핑계를 찾아낸 주인공은 열차칸을 버리고 도망칩니다. (연재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이 열차칸은 '대한민국'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만약 다시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그때 주인공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검은 각반에 맞서 싸울까요, 아니면 그들의 지배에 적극 동조할까요?
저는 그가 적극 동조할 거라 생각합니다. 제대병들의 광기와 폭력을 억누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요.

그런데 도망간 곳에서 다시 한 번 홍동덕을 만납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그가 주인공보다 한 발 빨랐습니다.

주인공은 도저히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어 당황합니다. (결국 이 소설은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지식인이라는 증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다가 그는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필론과 돼지'라는 우화에서 겨우 답을 찾아냅니다.

잠시 이 우화의 설정을 소설 속 이야기와 비교해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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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주인공을 필론에 등치시키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자신이 필론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건 혼란한 시대 상황 탓이다.'

지금까지, 이문열 씨가 1980년에 발표한 단편소설인 <필론과 돼지>였습니다. 이렇게 또 하나의 '다시 보기' 시리즈가 끝났습니다.
그럼 언젠가 다른 작품으로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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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론과 돼지-다시 읽기] [필론과 돼지] 다시 읽기-part05-인식의 전환. (0) 2023/01/25 AM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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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려는 검은 각반들 앞을 한 제대병이 막아섭니다. 그리고 그가 흘린 피가 다른 제대병들의 광기에 불을 지릅니다. 제대병들은 쓰러진 검은 각반이 일어나면 걷어차고, 유리로 찌르고, 심지어는 담뱃불로 지지기까지 합니다.

잠시 눈을 감고 이 장면을 상상해 볼까요?
군화발로 짖밟는 소리, 비명소리, 뼈가 부러지는 소리, 피비린내, 생살이 타는 냄새, 죽여버리라고 고함치는 소리,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소리... 어딘가에 지옥이 있다면 아마 이런 모습일 겁니다.

이처럼 작가는 제대병들이 검은 각반을 제압한 상황, 즉 민주화가 된다면 대한민국은 지옥으로 변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도 한병태는 엄석대가 무너지고 새로운 급장을 뽑는 선거를 지켜보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 뒤 한동안 우리 반을 혼란스럽게 했던 선거 만능 풍조의 시작이었다.'

이문열 씨는 독재가 무너지면 파괴와 살육이 올 것이므로, 강력한 힘으로 국민들의 광기와 폭력을 억눌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제대병들의 잔인한 폭력은 주인공이 군사독재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됩니다. 즉, 자신이 생각했던 것처럼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광기와 폭력을 억눌러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는 긍정적인 역할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질서를 유지하는 댓가로 동전 몇 개 빼앗기는 것은 너무나도 저렴한 비용이었던 것이죠. 아마 주인공은 가능하다면 다시 검은 각반이 지배하던 때로 돌아가고 싶을 겁니다.

제대병들의 폭력이 도를 넘어서자 이제 네 번째 영웅이 등장합니다.
그는 주인공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다른 제대병들의 폭력을 말립니다.
하지만 그의 이성적인 목소리는 이미 폭력의 맛을 본 제대병들에게 닿지 않습니다.

여기서 주인공은 이런 언급을 합니다.

'만약 이들을 진실로 죽여야 할 대의가 있다면, 그에게도 동료 제대병들과 함께 살인죄를 나눌 양심과 용기는 있었다.'

전 이 말이 거짓이라고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검은 각반이 동전을 빼앗던 때에도 그에겐 저항할 대의가 충분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폭력이 무서워 침묵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그가 지금에 와서 '대의만 있다면 살인죄라도...'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제 와서 왜 이런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해야 하는 걸까요?
이 말은 이렇게도 바꿀 수 있습니다.

'만약 군사독재에 맞서야 할 대의가 있다면, 나도 광주 시민들과 함께 싸울 양심과 용기는 있었다.'

이렇게 작가는 자신의 침묵했던 이유가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광주민주화운동에 대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포장합니다. 결국 이문열 씨는 타당하지 않은 가정을 바탕으로 현실을 왜곡한 끝에서야 마침내 부끄러움을 극복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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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론과 돼지-다시 읽기] [필론과 돼지] 다시 읽기-part04-광기와 폭력. (0) 2023/01/24 PM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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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영웅은 가장 처참한 모습으로 쓰러집니다. (이런 그의 모습은 만약 주인공이 나섰더라도 저렇게 되었을 것이란 암시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이문열 씨는 힘과 마찬가지로 전두환 세력에게 법과 원칙으로 호소하는 것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두 번째 영웅의 호소가 검은 각반들뿐만 아니라 제대병들에게도 전혀 통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첫 번째 영웅이 등장했을 때, 몇 명의 제대병들이 동조해서 일어섰습니다.

세 번째 영웅이 등장했을 때, 제대병들은 모두 일어섭니다.

하지만 두 번째 영웅이 폭행을 당하는 동안에는 누구도 일어서지 않습니다.

이렇게 이문열 씨는 당시 대한민국 국민들에 대한 인식을 드러냅니다. 즉, 법과 원칙에 호소해서는 그들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겁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한병태가 언급했던 '어리석고 비겁한 다수'와 일맥상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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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검은 각반 리더와 함께 사라졌던 첫 번째 영웅도 처참한 몰골로 다시 나타납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자신들의 것을 나눌 생각이 없었던 겁니다.)


이쯤에서 독자들은 궁금증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전두환 세력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일까요? 그래서 세 번째 영웅이 등장합니다.


세 번째 영웅은 숨어서 제대병들의 자존심을 건드립니다. '법과 원칙'을 외칠 때는 움직이지 않던 그들이, '부랄', '애인'을 외치자 일어섭니다. 이렇게 이문열 씨는 대한민국 국민들을 '자존심을 건드려야 움직이는 존재'로 설명합니다. 아무튼 마침내 일어선 제대병들은 압도적인 수를 앞세워 검은 각반들을 제압합니다.


만약 다른 작가의 소설이었다면, 이제 검은 각반은 쫓겨나고, 자유를 되찾은 제대병들이 환호하면서 이야기가 마무리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이문열 씨의 소설이기 때문에, 이제부터가 진짜 그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더 이상 현실에 대한 은유가 아닌, 온전히 그의 상상입니다.


검은 각반을 제압한 제대병들은 미치광이로 변해 잔인한 폭력을 휘두릅니다.

계속되는 폭력을 지켜보던 주인공의 인식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깁니다. 군사독재가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광기와 폭력을 억누르는 긍정적인 역할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겁니다.


지금까지 '선'이라고 믿어왔던 민주주의는 '광기와 폭력'으로 바뀝니다.

지금까지 '악'이라고 믿어왔던 군사독재는 '필요악'으로 바뀝니다.


즉, 이문열 씨는 만약 광주민주화운동에서 민주화 세력이 승리했더라면 대한민국은 광기와 폭력이 지배하는 지옥으로 바뀌었을 것이라고 가정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 가정은 얼마나 타당한가?'


아무튼 비로소 주인공의 내적 갈등은 해소되고, 더불어 이문열 씨의 부끄러움 역시 해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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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론과 돼지-다시 읽기] [필론과 돼지] 다시 읽기-part03-홍동덕. (0) 2023/01/24 PM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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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영웅은 힘으로 검은 각반을 제압합니다. 하지만 검은 각반의 리더 역시 노련합니다. 그는 오히려 첫 번째 영웅을 설득해 자기편으로 끌어들입니다.


이처럼 이문열 씨는 첫 번째 시뮬레이션을 통해 힘으로는 전두환 세력을 무너뜨릴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런 이문열 씨가 7년 후의 작품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는 엄석대의 독재가 오직 더 큰 힘에 의해 무너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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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주인공도 징수를 당하게 되는데, 여기서 그가 린치를 당할 뻔하자 홍동덕이 나서서 도와줍니다. 주인공은 처음에는 홍동덕이 자신의 창백한 표정을 보고 착각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홍동덕은 자신의 고뇌를 이해할 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곧 그가 주인공의 생각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음이 드러나고, 주인공은 다시 한 번 불쾌해 합니다.

이처럼 주인공은 검은 각반 때문에 부끄러워지고, 홍동덕 때문에 분노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그러면서 주인공의 내적 갈등이 심화됩니다.

홍동덕의 존재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이 소설이 '광주민주화운동'보다는 작가 자신의 '부끄러움'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즉, 광주민주화운동을 이야기하기 위해 자신의 부끄러움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끄러움을 이야기하기 위해 광주민주화운동을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이는 '홍동덕'의 유일한 역할이 주인공의 분노와 부끄러움을 키우는 것이란 점에서 알 수 있습니다. 깨끗한 것을 배운 자신과 더러운 것을 배운 홍동덕이 같은 생각과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 주인공에게는 견딜 수 없이 부끄러웠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주인공은 검은 각반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홍동덕에게만은 강한 모습을 보입니다. (심지어 그가 방금 주인공을 도와줬는데도 말이죠.) 아무래도 주인공은 홍동덕에게는 아무렇게나 대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는 이내 그런 자신에게 다시 부끄러움을 느끼며 현실에서 도망치려 합니다. 그런데 곧 두 번째 영웅이 등장하여 그의 주목을 끕니다.

이 두 번째 영웅은 '법과 원칙'을 상징합니다. 이렇게 작가는 이번에는 전두환 세력에게 법과 원칙을 내세워 설득하는 것은 가능할 것인지 시뮬레이션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 두 번째 영웅은 여러 명의 영웅들 중에서 주인공과 가장 닮은 인물입니다. 하지만 주인공보다는 학력과 체격, 모든 면에서 부족합니다.
그런데도 주인공은 차마 무서워서 하지 못했던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세 번째 영웅의 출현에 주인공은 가장 부끄러움을 느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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