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훈 MY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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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다시 읽기] [당신들의 천국] 다시 읽기-part03. (0) 2023/01/27 AM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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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21 페이지에서 원생들의 대답은 이 소설의 주제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이 섬이 아직까지도 지옥인 이유는 바로 지배자들의 착각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 내용은 29페이지에서 이상욱을 통해 보다 자세하게 나옵니다.


소록도의 원생들은 두 가지의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이라는 보편적인 입장과 '나환자'라는 특수한 입장입니다.

원생들은 사람들에게 같은 '인간'으로 비쳐지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환자'로서만 그들을 바라봅니다.

그런데 소록도의 지배자인 원장 역시 외부에서 온 건강인입니다.

당연히 그들도 원생들을 나환자로만 바라하면서 무언가 '그들만의 특별한

천국'을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원생들은 그런 원장들의 오만함과 무지함에 몸서리를 칩니다.


이처럼 원생들에게 소록도는 안전한 도피처임과 동시에 자신이 '나환자'임을 증명해 주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상욱은 '섬을 못 나가는 사람들은 나환자고, 빠져나가려는 사람들은 인간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지배자인 조 원장은 원생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이것은 1회에서 언급했던 조 원장이 가진 두 개의 정체성, 즉  '군인'과 '의사'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그런데 21 페이지에서 조 원장은 한 가지 이상한 행동을 합니다.

원생들이 답을 해 주지 않자 총을 꺼내려고 합니다.

이후로도 그는 일이 자기 뜻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즉시 권총을 꺼내 휘두릅니다. 이것은 그가 대화나 합의보다는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익숙한 사람임을 보여줍니다.


이상욱은 이런 원장에게 원생들의 입장을 이해시키려고 나름의 노력을 합니다. 그러기 위해 계속 일제시대의 주정수 원장을 언급하는데, 이게 그의 의도와는 달리 조 원장의 자존심을 자극해서 결국 주정수 원장에게 라이벌 의식을 갖게 만들어 버립니다.

주정수 원장은 30년도 더 전의 인물이고, 지금 섬의 지배자는 엄연히 조백헌 자신입니다. 그런데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사람들은 주정수 원장의 이야기만 합니다.

그래서 조 원장은 압도적인 업적을 통해 사람들의 기억에서 주정수 원장을 깨끗이 지우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합니다. 그 업적이 바로 2부의 사건인 '오마도 간척공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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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다시 읽기] [당신들의 천국] 다시 읽기-part02. (0) 2023/01/26 PM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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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작가는 계속해서 주인공인 조 원장이 이전의 원장들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전의 원장들이 동상을 감추고 섬에 왔다면 조백헌 원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설정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이야기를 두 가지 방향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1. 조 원장은 마지막까지 동상을 거부하고 낙원을 완성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2. 조 원장도 결국에는 동상을 만들어서 실패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이야기가 과연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지켜보도록 하죠.


그리고 이 소설에서 한 가지 중요한 장치인 '이상욱의 웃음'이 나옵니다.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그는 희미한 웃음을 보여 주는데, 이것도 두 가지로 해석이 갈립니다.


1. 조 원장을 선역으로 보는 경우 : 조 원장의 순수함에 감화되어 웃는 것이다.

2. 조 원장을 악역으로 보는 경우 : 2부의 실패를 겪고도 여전히 동상을 버리지 못한 조 원장을 비웃는 것이다.


14 페이지에서는 한 여류 화가의 이야기가 나오는 데, 작가는 이를 통해

섬에 사는 사람들과 바깥에 사는 사람들의 입장 차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1부에서 이상욱이 조 원장에게 이해시키려 노력하는 것이 바로 이 차이이고,

또한 소설의 결말까지 조 원장이 이해를 못하는 것도 바로 이 차이입니다.


제가 군대를 가기 전에, 친척 어르신이 비용을 주셔서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제주도 해안선을 따라서 순환하는 버스를 타고 창밖을 구경하던 저는 문득 해안가를 따라 듬성 듬성 솓아 있는 건물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절벽 위에 솓아 있는 한 2층짜리 건물은 투박한 시멘트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햇살을 머금은 바다를 배경으로 너무나도 낭만적으로 보였습니다.

'저런 곳에서 군생활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런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그게 '항망대 초소'였고, 저는 몇 개월 후 바로 옆의 '화순 초소'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제가 버스 차창을 통해 바라 봤던 초소와 직접 살아 본 초소는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작가는 여류 화가의 에피소드를 통해 이런 입장의 차이를 설명하고자 합니다.


바다 건너 보이는 소록도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섬입니다.

하지만 나병에 걸려 쫓겨 들어온 사람들에게 그 섬은 천국이 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결국엔 '아름다운 감옥' 이상일 수 없겠지요.


원생들이 바라는 천국은 '나환자와 건강인들이 아무런 차별 없이 공존하는 세계'입니다. 그 세계는 소록도 안에서 아무리 바꾼다고 해도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따라서 소록도에 원생들만을 위한 특별한 낙원을 만들겠다는 원장들의 약속은 오히려 그들이 얼마나 원생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지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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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다시 읽기] [당신들의 천국] 다시 읽기-part01. (0) 2023/01/26 AM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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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에 [브이 포 벤데타]가 있다면 소설에서는 [당신들의 천국]이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이 작품을 독재의 탄생과 몰락에 대해 심도 깊게 다룬 작품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첫 장면에서 작가는 주인공인 조백헌 원장이 이전의 원장들과는 사뭇 다른 성격의 인물임을 강조합니다.

이전의 원장들이 관료적이었다면, 조 원장은 실무적이고 실천적인 인물입니다. 자연스럽게 소록도에 변화가 일어날 거란 기대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기존의 해석에서는 조 원장을 '사랑으로 섬을 다스린 최초의 원장', 즉 '선한 인물'로 평가합니다. 하지만 저는 '처음에는 달랐지만 마지막에는 똑같은 독재자가 되어 결국 지배자는 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원장', 즉 '악한 인물'로 평가합니다.

따라서 첫 장면 역시 '견제가 없는 시스템 속에느 모든 지배자는 결국에는 독재자로 변한다.'라는 이 소설의 주제를 더욱 강조하기 위한 설정으로 봅니다.


여기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처럼 하나의 질문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작가는 왜 후반부에서 갑작스럽게

조백헌 원장을 선한 인물로 포장해야 했는가?'


여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 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제가 보는 이 소설의 갈등 구조는 이렇습니다.


1부 : 조백헌 원장 VS 주정수 원장

2부 : 조백헌 원장 VS 조백헌 원장을 제외한 모든 인물 + 자연

3부 : 조백헌 원장 VS 새로운 원장


이건 이렇게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1부 : 조백헌 원장 VS 과거

2부 : 조백헌 원장 VS 현재

3부 : 조백헌 원장 VS 미래


또 하나, 우리는 조백헌 원장의 직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의무장교입니다. 즉, 군인 + 의사이지요.

이 두 직업은 서로 정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백헌 원장은 무엇으로서 이 섬에 부임한 것일까요?

그 답은 8페이지에 나옵니다.

조백헌 원장은 철저하게 군인으로만 행동하기 때문에 그의 부하직원들

역시 그의 앞에서 부동자세를 취하며 군인처럼 행동하게 됩니다.

운전석 옆자리에 앉는다는 것은 그가 뼛속까지 군인임을 보여주는 설정입니다. 승용차와 군용차는 상석이 다르지요.


소록도의 지배자로 부임한 조 원장은 군인답게 전쟁을 통해 환자들을 구원하려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 전쟁의 대상은 누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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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론과 돼지-다시 읽기] [필론과 돼지] 다시 읽기-part07-외적 갈등과 주인공의 태도. (0) 2023/01/25 PM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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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외적 갈등만 본다면 검은 각반은 패했고 제대병들은 승리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기존의 해석에서는 이 작품을 군사독재에 대한 비판으로 봅니다. 하지만 어딘가 석연치 않습니다.

분명히 제대병들이 외적 갈등에서 승리하고 열차안은 민주화가 됩니다.
하지만 그 민주주의의 모습은 광기와 폭력이고, 지켜보던 주인공은 오히려 민주주의에 강한 혐오감을 느낍니다.

아마도 그는 이 열차칸에서 그런 생각을 하는 유일한 인물일 것입니다.
그런데 작가는 하필 그 인물을 주인공으로 설정했습니다.
(이 공식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작가의 의도는 외적 갈등에 있을까요, 주인공의 태도에 있을까요?'

이렇게 자신의 침묵을 합리화할 핑계를 찾아낸 주인공은 열차칸을 버리고 도망칩니다. (연재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이 열차칸은 '대한민국'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만약 다시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그때 주인공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검은 각반에 맞서 싸울까요, 아니면 그들의 지배에 적극 동조할까요?
저는 그가 적극 동조할 거라 생각합니다. 제대병들의 광기와 폭력을 억누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요.

그런데 도망간 곳에서 다시 한 번 홍동덕을 만납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그가 주인공보다 한 발 빨랐습니다.

주인공은 도저히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어 당황합니다. (결국 이 소설은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지식인이라는 증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다가 그는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필론과 돼지'라는 우화에서 겨우 답을 찾아냅니다.

잠시 이 우화의 설정을 소설 속 이야기와 비교해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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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주인공을 필론에 등치시키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자신이 필론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건 혼란한 시대 상황 탓이다.'

지금까지, 이문열 씨가 1980년에 발표한 단편소설인 <필론과 돼지>였습니다. 이렇게 또 하나의 '다시 보기' 시리즈가 끝났습니다.
그럼 언젠가 다른 작품으로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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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론과 돼지-다시 읽기] [필론과 돼지] 다시 읽기-part05-인식의 전환. (0) 2023/01/25 AM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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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려는 검은 각반들 앞을 한 제대병이 막아섭니다. 그리고 그가 흘린 피가 다른 제대병들의 광기에 불을 지릅니다. 제대병들은 쓰러진 검은 각반이 일어나면 걷어차고, 유리로 찌르고, 심지어는 담뱃불로 지지기까지 합니다.

잠시 눈을 감고 이 장면을 상상해 볼까요?
군화발로 짖밟는 소리, 비명소리, 뼈가 부러지는 소리, 피비린내, 생살이 타는 냄새, 죽여버리라고 고함치는 소리,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소리... 어딘가에 지옥이 있다면 아마 이런 모습일 겁니다.

이처럼 작가는 제대병들이 검은 각반을 제압한 상황, 즉 민주화가 된다면 대한민국은 지옥으로 변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도 한병태는 엄석대가 무너지고 새로운 급장을 뽑는 선거를 지켜보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 뒤 한동안 우리 반을 혼란스럽게 했던 선거 만능 풍조의 시작이었다.'

이문열 씨는 독재가 무너지면 파괴와 살육이 올 것이므로, 강력한 힘으로 국민들의 광기와 폭력을 억눌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제대병들의 잔인한 폭력은 주인공이 군사독재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됩니다. 즉, 자신이 생각했던 것처럼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광기와 폭력을 억눌러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는 긍정적인 역할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질서를 유지하는 댓가로 동전 몇 개 빼앗기는 것은 너무나도 저렴한 비용이었던 것이죠. 아마 주인공은 가능하다면 다시 검은 각반이 지배하던 때로 돌아가고 싶을 겁니다.

제대병들의 폭력이 도를 넘어서자 이제 네 번째 영웅이 등장합니다.
그는 주인공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다른 제대병들의 폭력을 말립니다.
하지만 그의 이성적인 목소리는 이미 폭력의 맛을 본 제대병들에게 닿지 않습니다.

여기서 주인공은 이런 언급을 합니다.

'만약 이들을 진실로 죽여야 할 대의가 있다면, 그에게도 동료 제대병들과 함께 살인죄를 나눌 양심과 용기는 있었다.'

전 이 말이 거짓이라고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검은 각반이 동전을 빼앗던 때에도 그에겐 저항할 대의가 충분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폭력이 무서워 침묵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그가 지금에 와서 '대의만 있다면 살인죄라도...'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제 와서 왜 이런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해야 하는 걸까요?
이 말은 이렇게도 바꿀 수 있습니다.

'만약 군사독재에 맞서야 할 대의가 있다면, 나도 광주 시민들과 함께 싸울 양심과 용기는 있었다.'

이렇게 작가는 자신의 침묵했던 이유가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광주민주화운동에 대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포장합니다. 결국 이문열 씨는 타당하지 않은 가정을 바탕으로 현실을 왜곡한 끝에서야 마침내 부끄러움을 극복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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