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1부에서 조 원장은 매번 '대화를 해 보자. 하지만 당신이 아무리 반대해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야 말겠다'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처음으로 낭패를 당합니다. 왜냐하면 육지인들은 조 원장의
피지배자가 아니니까요.
이렇게 이 사건은 지배자라는 권위를 벗겨내면 조 원장이란 인간이 얼마나
무능하고 초라한지를 잘 보여줍니다.
조 원장은 뒤늦게 육지인들에게 보상을 제안하지만 오히려 '원장님은 의사입니까, 사회사업갑니까'라는 비아냥만 듣습니다.
이는 첫 회에서 언급했던 조 원장의 정체성(군인+의사)에 대한 질문의 변형입니다. 저 질문 덕분에 의사가 아니라 군인으로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전쟁으로 상황을 몰아가는 조 원장의 모습이 부각됩니다.
한편으로 이 사건은 조 원장이 앞으로 몇 년 동안 간척공사를 계속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을 발견하는 계기가 됩니다.
바로 원생들 가슴속에 자리잡고 있는 육지인들에 대한 '증오'입니다.
178 페이지에는 '무작정 돌을 던져넣어 그 돌더미가 바닷물 위로 솟아 오르기를 기다리는 작업이었다'라는 언급이 나오는데, 저것이 조 원장이 가진 유일한 공사계획입니다.
만약 그가 리더로서 제 역할만 해줬더라면, 즉 제대로 계획을 세우고 몇 명의 전문가들을 불러 왔더라면, 원생들의 희생도 줄이고, 간척공사도 충분히 성공시킬 수 있었을 겁니다.
180 페이지 마지막 컷에 나오는, '섬사람들의 가슴속에 비로소 따뜻한 인간애의 신뢰가'라는 언급에 주목해 봅시다.
방금 설명한 바와 같이 지금 원생들을 움직이고 있는 것은 육지인들에 대한 '증오'이지 '인간애'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인간애'에 대한 언급은 조 원장의 착각이거나, 아니면 화자의 착각입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전지적 작가 시점을 사용하고 있으니 화자가 착각하고 있을리는 없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지금 조 원장의 착각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조 원장의 속마음을 그대로 노출시켜서 그가 욕망 때문에 점점 위선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2부에서 작가의 서술 방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