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이퍼분의 문제제기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변입니다.
전례가 있어서 해당 글의 댓글 뿐 아니라 제 마이피에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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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 듣고 오느라 이제 봤습니다.
1.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듯이 궁금한 사람이 답을 찾아야죠.
목마르다면서 바닷가 모래사장을 파고 있으면
어차피 파봐야 소금물만 나오니 저어기 물 솟는 샘을 찾아가라고 말해 주는 게 인지상정이고요.
최저임금 1만원에 대한 의견을 묻는 거라면 몰라도
'왜 최저임금이 1만원이어야 하는가'가 굳이 궁금하시다면
여기에 물어볼 게 아니라 책을 보고 논문을 찾아보라는 당연한 말에 대한 반응이
대체 왜
'EA는 중소고 존카멕은 3류로 볼 정도로 루리웹이 수준 높은 곳'이라는 비꼼으로 돌아오는지
심히 의문이네요. 아니, 의문은 아닙니다. 심증 뿐이지만 대충 짐작이 가니까요.
2. 이 책과 저 책과 그 논문을 추천한 이유는
'최저임금'에 대해 제가 본 문헌들 중에서 가장 잘 정리되어서입니다.
경험상 고등학교 논술반 정도의 판단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3권을 읽었을 때
'왜 최저임금이 선순환을 불러와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실수했어요.
'최저임금이 왜 꼭 1만원이어야 하는지 산술적 근거가 없다. 문제 아니냐?'하는 사람에게는 부적절한 추천이었네요.
3. 최저임금의 산술적 최적해가 정 그렇게 궁금하시다면
딸랑 기사 3개 찾아보고 마이피에 '주진형씨도 근거 없다네요, 문제 있는거 아닌가요?' 하지 말고
경제학자를 찾아가시거나 전화를 하시거나 메일로 문의하시거나
그도 아니라면 말씀드린 대로 NDSL이나 RISS에서 '최저임금'을 검색해 찾아보세요.
아, 아직 국내에 연구된 게 없을 수 있으니
PQDT나 DDOD에서 minimum wage를 찾아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그 중 DDOD는 소위 말하는 '명문대' 박사학위만 검색해주니
한 100개 정도만 읽으시면 될 것 같아요.
파이팅^^
4. 그래도 님이 원하는 대답을 찾기는 어려울 겁니다.
현대 경제학에서 수리, 계량경제학의 역할이 커진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경제학은 '이론'으로서의 학문이라
실물경제를 이상화한 뒤 쪼개고 치환해서 어떻게든 설명해보려는 '사후적 분석'의 경향이 커요.
최저임금이 없다면/있다면 이런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또는
최저임금을 낮추면/높이면 이런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런 분석은 유효하고, 제시할 수도 있지만
최저임금의 최적해를 유도하는 산술적 수식은 이거입니다. 라고 제시하지는 않아요.
1980년대에 이미 그렇게 해봤다가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다보니 현실과 동떨어진 숫자놀음이 되어 폐기했거든요.
5. 정상혈압은 120/80이라고들 하죠. 그런데 그것도 '산술적' 근거는 없어요.
그냥 그보다 낮으면 아프고, 그보다 높으면 아프니까
낮으면 저혈압, 높으면 고혈압, 그 사이는 '정상혈압'이라 하는 거죠.
그렇기에 성별, 나이, 체격, 건강상태 등에 따라 '정상혈압' 범위는 바뀌는 게 당연하니
'모든 변수를 고려하여 가장 이상적인 혈압을 정하는 수식'은 숫자놀음일 뿐이죠.
최저임금의 산술적 최적해가 없어서 문제라는 것은
'정상 혈압에 대한 산술적 최적해가 없는데 120/80을 제시하는 건 문제'라는 말이고,
소수(prime number) 규칙성 얘기 꺼내신 거 보니까 어느 정도 기본 지식이 있으신 것 같은데
임의의 NP문제를 P문제로 환원하는 방법이 없으니, NP문제가 틀렸다(읭?)는 논리적 비약입니다.
애초에 최저임금의 적정액이라는 게 결정 문제냐 아니냐부터 따져야 할 판인데요.
6. 그래도 뭔가 산술적 근거가 있어야하지 않을까? 싶으시다면
그 열의를 원동력삼아 한 번 연구해 보세요.
어쩌면 블랙-숄즈 방정식을 도출한 것처럼 수학적 모형을 찾을 수도 있고
애로의 불가능성 정리나 센의 자유주의자 역설처럼 가정 자체가 모순이라는 결론에 다다를 수도 있겠죠.
그러면 그들처럼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실 수도 있겠네요^^
7. 글을 쓰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점점 '님이 가진 의문'에 대한 의문만 커지네요.
혹시나 정말 극히 낮은 확률로 '순수하게' 궁금한 경우라면
"저의 게시판에 글을 쓰려면 논문까지 읽어보고 글을 써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 게 아니라
'궁금한 걸 찾아보려면 해당 분야 저명한 학자들의 연구 결과인 논문을 보면 되겠군요'라는 반응이 나올 테고
제가 언급한 책들과 논문 중 딸랑 하나 훑어보고
"왜 1만원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공식이나 이유는 없었습니다" 하는 게 아니라
'최저임금 1만원은 소득주도성장의 경제적 순기능을 이끄는 소득최저선 설정 역할이구나'라는 반응이 나왔겠죠.
자는 사람은 깨울 수 있어도
자는 척 하는 사람은 깨울 수 없는 것처럼
궁금해하는 사람은 가르쳐줄 수 있어도
궁금한 척 내심 아무도 답을 못할 질문을 던져놓고선
'것봐 니들 잘못 생각하는 거야'라고 말할 순간을 기다리는 사람은
누구도 가르쳐줄 수 없겠죠.
'님이 가진 의문'에 대한 제 의문이 기우이길 바랍니다.
8. 지난 글에 몇 번 진지하게 대답했는데
손가락만 몇 번 까딱 하고는 잔뜩 비꼬아놓은 걸 보니
오늘의 댓글에 대해선 어디를 어떻게 꼬투리잡고 물고 늘어질 지
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
되도록이면 '그 통조림 속의 것'이 드러나는 걸 좀 부끄러워해주면 좋겠는데
글 쓰신 걸 보아하니
앞으로도 부끄러움은 우리의 몫일 것 같네요.